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 ⑧ 물비즈니스 <끝>

"달구벌 미네랄워터 제품화땐 국내 외 시장 경쟁력 충분

도쿄 시부야에 있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 '워터 바'가 있다. 사각 카운터 주위에 의자 19개가 있는 이 가게는 전 세계 32종의 생수를 판다. 아랍에미리트연방에서 생산되는 내추럴미네랄워터인 경도 85㎎/ℓ의 연수인 마서피(masafi), 경도 1천63㎎/ℓ의 경수인 스위스 워터(swiss water), 경도 8㎎/ℓ인 포르투갈산 연수인 루소(luso) 등 생수 이름이 가득한 메뉴판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셀렉트 바'에서는 세계 각국의 77가지 생수, 48가지 탄산수, 29가지 무탄산수를 판매한다. 물의 특성에 맞는 음식도 개발됐다. 거위 간 요리에는 비텔을, 핫 초콜릿과 구운 과자 요리에는 페리에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런 워터 바가 한국에도 최근 등장했다. 서울 강남에 워터 바가 처음 생겼고, 부산 신세계백화점에 아시아 최대 크기의 워터 바가 최근 첫선을 보여 줄 서서 물을 사 마시는 등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1병에 1만원이 넘는 생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서울 홍익대 주변의 한 클럽은 페리에 탄산수가 입장권이다. 성신여대 축제에서 워터 카페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국내에도 물 소믈리에가 있다. 워터 바에서 물의 특장점을 손님에게 설명, 취향에 맞게 물을 골라주는 직업이다.

◆생수 전쟁=세계는 지금 '생수 전쟁' 중이다. 일본은 400여개의 생수 회사들이 시장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아사히음료, 기린비버리지, 산토리 등 대기업들도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섬나라 일본의 생수 역사는 1868년 메이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지유신으로 개항지인 고베에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었고 고베의 롯코산에 있는 광천수를 이들 외국인들이 마셨다. 고베의 생수는 특히 외국 선원들이 좋아했다. 긴 항해에서도 물이 변하지 않아서다.

생수 공장을 만든 것은 영국인인 J 윌킨슨이다. 1889년 천연광천수를 발견한 그는 탄산수를 제조하고 탄산호텔을 건립했다. 그로부터 90년 뒤부터 하우스식품이 '롯코의 맛있는 물'을 개발해 생수의 일반화를 이뤄냈다.

그처럼 오랜 생수 역사를 가진 일본이지만 시장은 계속 성장세다. 일본인의 연간 생수 소비량은 영국의 1인당 연간 23ℓ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탈리아의 149ℓ, 프랑스의 141ℓ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일본 생수의 원료는 모두 지하수다. 이 때문에 지하수 쟁탈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야마나시현 하쿠슈 마을이 대표적이다. 위스키 제조업체인 산토리는 1973년 하쿠슈 마을에 공장을 세웠다. 이 지역의 깨끗한 물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위스키에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 즐기는 점에 착안해 1996년 아예 생수 공장을 만들었다. '남알프스 천연수' 제조 공장이다.

하쿠슈 마을의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1년에 10만㎥(t) 이상 생산하는 회사만 5개나 된다. 코카콜라사도 일본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들 회사들이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올려도 마르지 않는다. 관측우물을 파 지하 수위를 관찰한 결과 비가 오지 않는 계절에는 수위가 내려가지만 비와 눈이 내리면 다시 원래 수위로 되돌아간다. 신비한 자연의 복원력이다.(물 비즈니스 전략-나카무라 야스히코 지음)

미국 생수 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대량 생산, 대량 유통 시대를 맞았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네슬레와 코카콜라사, 펩시콜라사가 진출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매출 1위인 펩시사와 2위인 코카콜라사는 염소를 제거한 수돗물로 생수를 만든다. 미네랄이 별로 없는 '깨끗한 수돗물'에 불과하다. 그래도 미국인에게 통하는 것은 생수를 소프트드링크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생수 시장은 성숙 단계란 평가를 받는다. 생수 판매량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생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 생수 시장은 네슬레와 다논, 넵튠이 독점하고 있다. 네슬레는 페리에, 비텔, 콘트렉스, 산 펠레그리노 등 상품을 세계에 팔고 있다. 다논은 에비앙, 볼빅을 판다. 넵튠은 빗시셀레스틴, 소농, 쿠르마예, 크리스타린 등 생수를 수출하고 있다.

다이어트용 물도 유럽에서 인기다. 대표적 다이어트 워터는 콘트렉스다. 물을 마시는데 살이 빠지는 이유는 미네랄 성분 가운데 마그네슘이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그네슘이 대량 함유된 물을 마신다고 모든 사람들이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달구벌 미네랄워터' 세계 진출?=매일신문사와 대구방송, 대구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구성된 동네우물 되살리기팀의 예비 조사 결과 대구의 물은 아주 특별하다. 경도 500㎎/ℓ 이상으로 유럽 기준에 맞는 미네랄워터도 있다. 유럽에서는 경도가 500 이상이면 미네랄워터, 그 이하면 스프링워터라고 구분한다.

다이어트용 지하수도 있고, 황 이온이 듬뿍 함유돼 천연 마이신 역할을 하는 지하수도 있다. 이른바 기능성 생수다.

이러한 대구의 물은 에비앙보다 우수한 것도 많다. 최고급 유럽산 생수와 견줘도 경쟁력 있는 물도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대구 물의 질에 대해 확신한다"며 "동네우물이 만들어지면 대구시민들이 즐겨 마시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은 그러나 아직 생수 제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구 지하수의 주인은 대구시민이기 때문에 주인이 우선 마시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동네우물 300개가 모두 만들어지고, 대구시민 모두 지하수를 마시는 시점이 되면 제품화는 당연한 수순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가칭 '달구벌 미네랄워터'가 제조·유통되면 국내 생수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물론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동네우물 되살리기 프로젝트팀은 기대하고 있다.

대구 지하수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두루 알려지면 관광 산업과도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물을 마시기 위해 관광객들이 대구를 찾는다는 얘기다. 프랑스 에비앙이 관광으로 부자 동네가 됐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는 생수를 마시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공원도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와 별도로 내추럴미네랄워터로 채소를 재배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좋은 물로 재배한 채소가 건강에 유익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의 유토피아 대구'가 조만간 우리나라 물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를 일이다. 끝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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