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죽전동 대구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 15번 부스 앞. 외과, 안과 검사 부스 등을 거쳐 마지막 검사장에 도착한 김범주(20·싱가포르 유학생)씨가 크게 심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신분증을 단말기에 대자 '삑' 소리와 함께 컴퓨터 모니터에 '병역처분 처리중입니다'는 문구가 떴다. 이후 10초쯤 뒤 '현역 입영 대상자'라는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다. 김씨는 "평소 몸이 약해 현역 판정이 나오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현역 판정이 나와 다행이다. 카투사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0년 새해 첫 징병검사가 실시됐다. 이날 징병 검사장에는 오전 9시부터 파란색 슬리퍼에 남색 반바지, 회색 반팔 티셔츠 검사복으로 갈아입은 만 19세(1991년 출생자) 검사 대상자 200여명이 검사를 받았다.
13년 전 징병검사를 받은 기자는 최신식 검사 장비와 엄격해진 검사 규정 등 달라진 풍경에 놀랐다.
올해 징병검사는 여간 깐깐해진 게 아니다. 어깨수술을 하고 병역 의무를 교묘히 빠져나갔던 불법 행위 등을 막기 위해 한층 강화한 '징병 신체검사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 질병 차도를 지켜본 후 재검을 받도록 하는 '신체 등위 판정 보류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안과 검사를 마친 박재원(20·구미시 도량2동)군은 "학교 선배들에게 듣던 설렁설렁한 징병 검사가 아니라 엄청 까다로웠다"며 "병원에서 종합 건강 검진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사장 시설도 첨단을 달리고 있었다. CT, MRI 장비에 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소변검사 컨베이어 시스템까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임상병리실과 화장실을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했다. 벨트에 딸린 로봇 팔은 검사자들 소변통을 끊임없이 날랐다. 김화영 임상병리 담당은 "검사 대상자들이 소변통을 들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방병무청 김귀현 장병보좌관은 "지난해 10월 운동선수와 연예인 어깨수술 등으로 병역을 회피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뒤부터 엄격한 징병검사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며 "징병 검사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군에 대한 신뢰가 싹트지 않겠느냐"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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