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것처럼 순탄할 때와 어려울 때, 기쁠 때와 슬플 때가 반복되는 가운데 살아가게 된다. 참고 살다 보면 언젠가 기회도 온다.
신우룡(55)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의 인생론이다. 자신의 인생이 그랬다. 정치를 해보겠다는 꿈을 안고 1981년 민정당(한나라당 전신) 사무처 공채 2기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연거푸 패배하는 바람에 구조조정까지 당하게 됐다. 당료 생활 24년째로 마흔아홉살 되던 해, 졸지에 백수신세가 된 것이다. "산다는 게 자기 마음대로 되지를 않고 세상 돌아가는 타이밍과 잘 맞아야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등산을 하며 마음을 달랬다. 한나라당을 함께 떠났던 사무처 동료들과 서울 주변의 산이라는 산은 모두 찾아다녔을 정도다. 아내(51)와는 지리산을 2박 3일간 종주하기도 했다.
2년여 그렇게 생활을 하다 보니 살던 집을 팔고 전셋집을 전전해야 했다. 중·고교생인 두 아들의 학원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못난 남편, 못난 아비'가 돼 버렸다. 가게라도 얻어 벌이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않았다.
배운 게 뭐라고, 정치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2006년 말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공로로 작년 11월 한수원 감사로 취임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20기와 수력발전 27기를 운영하면서 국내 전력의 34%를 맡고 있는데,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주로 본사 이전을 위해 준비 요원 선발대를 7월까지 현지에 파견한다.
정치를 하겠다는 꿈은 어떻게 됐을까? 신 감사는 "감사로서 업무를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신 감사는 정치인의 자질로 ▷들이미는데 능해야 하고 ▷적극적인 권력 의지가 있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이 어렵지 않을 정도의 돈도 있어야 한다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지역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인재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구경북에는 산악지대가 많고 농경지가 적어 옛날부터 인재 교육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왔다"며 "지역민들이 합심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와 경북 간에도 협력해야 하며 이를 위한 토대는 마련돼 있다고 했다. 그는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가 전국 꼴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이 많으며 이들의 사업체가 구미나 경산 등지에 있다"면서 "대구와 경북이 경제적으로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특정 산업을 대구나 경북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원전산업의 경우 경북에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 여건이 충분한데다 대구지역에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을 통해 원전 관련 전문가를 육성하게 될 경우 산·학·연 원자력 클러스터를 함께 조성할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신 감사는 의성에서 태어나 어릴 적 대구로 이사, 영신고와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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