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3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지진에 이어 지난달 27일 칠레 중부 서해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정말 안전할까.
기상청 관계자는"1978년 이후 5차례 있었던 규모 5 이상 지진 정도는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규모 6 이상 국내 지진의 관측 기록은 없지만 역사 기록을 보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00여년간 8.0이 넘는 규모의 초강진은 모두 8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측 기록된 지진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지진도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일어났다. 규모 9.5의 발디비아 대지진으로 칠레에서만 5만7천여명이 사망한 것.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초강진은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지진으로 인도네시아인 16만8천명을 비롯해 인도양 국가에서 22만여명이 사망하는 대참극이 벌어졌다.
◆지구촌 강진 왜 잇따를까
지진 전문가들에 따르면 규모가 큰 지진은 지질학적으로 지각을 구성하는 판(板)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밀도가 높은 해양판인'나스카판'이 보다 가벼운 대륙 쪽'남미판'아래로 밀려들어가는 경계가 바로 칠레 해안선이어서 이 지역에 대지진이 잦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분석. 관측 사상 최대였던 1960년 규모 9.5 지진이 났던 곳도 이 지역이다.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 서해안 등도 비슷한 이유로 지진이 잦으며, 이런 지역들이 태평양 주변에 고리처럼 배치돼 있어 이를'환태평양 지진대'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번 칠레의 강진은 2004년 인도양에서 대규모 쓰나미를 부른 지진과 비슷한'메가스러스트'(megathrust) 지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메가스러스트 지진은 지각 판들이 마찰하며 가라앉는 섭입대(subduction zone)에서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도 나스카판이 남미판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발생했다는 것. 나스카판은 남미판과 마찰하며 1년에 80㎜씩 가라앉는데 이는 칠레 연안 지대가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히는 요인이다.
◆한국은, 대구경북은 안전할까
지진이 가장 잦은 환태평양 지진대가 아니어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곳도 많다. 대지진이 내륙에 있는 판 내부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 1976년 중국 탕산 대지진이 대표적이다. 규모 7.8의 이 지진은 24만명을 희생시키고 도시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어 역사상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어떨까.
대구기상청 관계자는"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서 난 아이티 지진 참사 등을 계기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치 지진이 예전보다 많이 발생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판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반도는 칠레나 일본 등 지진 다발지역만큼 지진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판 내부로부터의 지진 위험이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학계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규모 6.0 이상의 강진은 우리나라에 200∼300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올 1월 18일 북한, 중국과 접한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고, 지난달 27일 칠레 대지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부근 바다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 주변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는 모두 60차례의 지진이 발생, 1978년 국내 지진관측 이후 31년 만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0년간(1999~2008년) 평균 41회보다 19회가 많은 지진이며 지진 최고 발생횟수를 기록했던 2006년 50회보다 10회가 많은 것.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의 지진 횟수가 남한 지역 내에서는 가장 많은 10회를 기록했다.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지난해 5월 2일 경북 안동시 서남서쪽 2㎞ 지점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60회의 지진 중 가장 강한 규모였다.
그러나 최근에 대지진 발생 빈도가 늘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측 기술과 장비의 발달 등으로 소규모 지진 관측 보고는 늘었으나 규모 6 이상 지진의 발생 빈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장호완 원장은"최근 지진이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 지구적으로 대체로 일정하게 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 의견으로 지진 피해는 절대적인 지진 규모보다 인구와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발생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국가적인 지진 방재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진방재 대책 강화해야
올 1월 아이티 지진참사 후 소방방재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난이 터졌을 때 복구 작업의 중심이 돼야 할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조차도 내진(耐震) 설계가 된 곳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최근'범정부 지진방재 종합 대책회의'를 갖고 내진보강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건축물 내진설계 대상을 모든 건물로 확대하고 민간건물의 내진 보강시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우선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3층 이상(또는 연면적 1천㎡)의 건축물로 한정된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을 1, 2층도 포함해 사실상 모든 건축물로 확대하기로 한 것.
이 조치는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때 붕괴된 건물 4만9천여개동의 94%인 4만6천여개동이 3층 이하 건물로 파악되는 등 저층 건물이 지진에 취약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주요 시설물의 내진율이 학교 13.2%, 병원 89.7%에 불과함에 따라 공공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도 강화한다. 학교시설의 건축물(내진 관련) 중요도를 기존의 '중요도 1'에서 '중요도 특'으로 상향하고 전기, 통신, 가스, 상하수도 등 '라이프 라인' 시설과 항공, 철도, 원자력 등 중요시설은 신속한 대응·복구를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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