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가장 풍요로운 시기가 바로 지금, 정월이 아닐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있고, 뒤이어 대보름이 있다. 정월에 우리 민족의 세시 행사가 절반이나 모여 있다고 할 정도로 몸과 마음 모두 부자가 되는 달이다.
한파가 몰아치던 1월, 카리브해상 북부의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하루 한 끼 진흙 초콜릿으로 먹을 것을 대신하는 코흘리개 아이들. 긴급구호팀의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지날 때 서로 빨리 달려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밀치고 싸우는 모습, 겨우 얻은 빵 조각마저 약탈로 잃어버리고 허허로운 배를 움켜쥔 청소년을 보았는가. 먹을 것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일부 계층에서는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점심시간에 수도꼭지를 빠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계층에서는 먹을 것이 너무 넘쳐나 음식물 쓰레기 천국을 이루는 곳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자원'에너지 낭비 등 경제가치 손실이 2005년 기준으로 18조원, 2012년에는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중 20%만 줄여도 연간 5조원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온실가스도 약 400만t을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달 3일 정부는 2012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기 위한 범부처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통해 버린 만큼 부과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도입, 소형'복합찬기를 보급하여 '먹을 만큼 덜어 먹는' 음식문화 조성, 가정'음식점'뷔페 등 분야별 맞춤형 대책 추진으로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와 변화 유도 등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였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표적인 녹색생활 실천 과제로 선정, 2010년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원년으로 삼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거의 비슷한데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확연하게 비교가 된다. 일본에서는 야박할 정도로 적은 양을 주고, 반찬을 추가하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반찬의 가짓수도 많고 얼마든지 추가로 먹을 수 있다. 수많은 반찬 중에는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젓가락 한 번 가지 않는 것도 있다.
이쯤에서 한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는 선택권을 소비자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이나 여성 등 비교적 양이 적은 손님에게는 반 그릇 메뉴를 개발하고 코스 요리의 경우 손님의 취향과 섭취량에 따라 음식 종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걸음 더 나아가 양이 적은 만큼, 가격을 낮춰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원하는 반찬의 가짓수를 스스로 정할 수 있고 가격을 다양하게 해준다면 남기는 음식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밥을 먹고 쌀 한 톨 남김없이 말끔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 '복(福) 받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깨끗이 먹는 모습은 준비한 사람에게는 뿌듯함을 안겨주고 보는 사람에게는 혀끝에 절로 군침이 돌게 할 정도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음식점에서부터 남김없이 먹을 수 있도록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배려를 한다면, 또한 민간단체가 앞장서서 소비자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우리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결코 어려운 숙제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티 난민의 절박한 상황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에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아무쪼록 우리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악취와 대기오염 감소, 처리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를 누리는 지혜로운 국민이 되기를 바란다.
남광희 대구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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