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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숨쉬던 옛 도랑의 부활…상주 친환경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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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수로관으로 수로를 만든 모습.
친환경 수로관으로 수로를 만든 모습.

생후 1년도 안 된 고라니 한 마리가 수로(水路)에 빠져 이리저리 서성거린다. 농사에 필요한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시멘트로 만들어진 수로는 높이 2m가 넘는 직각 형태여서 고라니가 빠져나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고라니에게 산 속의 올무보다 더 위험한 수로는 수㎞ 이상 이어진 때문에 어린 고라니는 수로를 한없이 오가다 탈진해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기성 세대들이 어릴 적 시골에 살 때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시멘트로 만든 수로가 없었다. 흙으로 된 얕은 도랑이 흘렀다. 거기에는 가재와 미꾸라지, 개구리 등이 살았다. 시골 어린이들에게 도랑은 놀이터이자 자연을 배우는 학습장이었다. 그런 도랑들이 위압적인 시멘트 수로로 바뀌어 동물들에게 위험지역이 되고 말았다.

상주시 화동면 신촌리 화동농공단지에 있는 삼우산업㈜. 환경 친화적 제품과 녹색경영을 앞세우는 이 회사가 생산하는 핵심 제품이 '친환경 수로관'이다. 기존의 직각으로 된 수로관과는 달리 바닥면에서 위쪽으로 경사각을 이루는 2, 3단의 계단식 구조다. 언뜻 보면 단순한 것 같지만 기존 제품과 차이가 크다.

수로관 위쪽에는 수초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안쪽 계단에도 흙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시공 후 1, 2개월 후에는 공간마다 들풀과 들꽃들로 뒤덮인다. 수로관에 풀이 자라면서 시멘트 제품의 삭막함을 가려준다. 수로관이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고라니와 같은 동물들은 물론 덩치가 작은 개구리 같은 양서류 등이 수로를 가로질러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도 있다.

김현석 삼우산업㈜ 대표이사는 "어릴 적 도랑에서 봤던 물고기들과 개구리 등이 직각으로 된 시멘트 수로관에서는 모두 사라졌다"며 "친환경 수로관을 통해 수로가 물고기와 양서류가 사는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 상주캠퍼스 토목공학과 고수현·윤일로 교수 등은 이미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기술력과 품질 등을 인정받아 '으뜸이'의 사용권을 획득한 친환경 수로블록이라고 소개했다. 고 교수는 "플랑크톤과 미생물이 생존함으로써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 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농어촌공사 상주지사에서 시공한 삼덕지구 구획경지정리 지역과 초산지구 수리시설 개보수 현장을 비롯한 상주, 김천, 구미, 청송 등 여러 곳에서 시공해 친환경 수로관 검증을 받았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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