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영화 '블랙북'(2006년 작)은 2차대전 중 독일군에게 가족을 잃은 여성이 스파이로 변신, 맹활약을 벌이는 내용이다. 시나리오는 실존 인물인 오데트 할로우(1912~1995)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진 듯하다. 영화에는 노출과 폭력이 난무하지만 실제 스파이 활동은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뤄지는 탓에 다소 싱거운 느낌이다.
그녀는 프랑스 알마인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점잖은 영국 남자를 동경했다. 19세 때 영국 남자와 결혼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남편은 징집됐고 자신은 영국 정보국으로부터 스파이 활동을 요청받았다. 고민 끝에 세 딸을 기숙학교에 보내고 훈련을 받고는 1942년 프랑스에 몰래 상륙했다.
처칠 총리의 사촌이자 스파이 두목 피터 처칠에게 자금을 건네주고 활동을 돕다가 다음해 게슈타포에 체포됐다. 모진 고문을 받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갔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종전 후 풀려나 보니 남편은 이미 전사했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처칠이었다. 그와 결혼했으나 1956년 이혼했다. 전쟁 고아와 미망인을 돕는 사업에 헌신하다 1995년 오늘, 죽었다. 영화 같은 삶을 산 강인한 여성이었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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