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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의 책속 심리] 마르틴과 한나/카트린 클레망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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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년 남성이 부끄럽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서 여의사를 수소문해서 찾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얼마 전 애인과 헤어진 후로 슬프고 아무 의욕이 없고 떠나버린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 여자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런 경우 애인과 잘 되도록 도와줘야 할지, 모두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부부간에 심리적 피로감이 쌓여가고, 쉽게 동요될 수 있는 환경 탓에 남자들은 정서적 유대감 없이도 일회성 관계에 빠져들기 쉽다.

이 소설 '마르틴과 한나'는 20세기 독일 실존철학의 거장 마르틴 하이데거의 불륜의 사랑 이야기다. 대학 교수인 마르틴은 총명하고 매혹적인 여대생 한나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다. 유부남이었던 마르틴은 17세 연하의 제자와 1년 동안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두 사람은 부인이 자리를 비운 시간을 끝없이 기다리고 연인이 신호를 보내오면 기숙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교수의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밀월의 시간은 지나가고 한나가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야스퍼스 교수에게로 떠나자 마르틴은 연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잊으려고 집필에 더욱 몰두했고 그 결과 세계적인 명저 '존재와 시간'이 탄생했다고 소설은 추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며 히틀러에 열광했던 마르틴과 유태인 수용소에서 고초를 겪은 한나는 어떻게 평생 불륜의 사랑을 간직했을까. 날마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으로 인해 인간은 결국 한순간 살다 가는 존재임을 간파한 마르틴에게 젊은 한나가 위안이 되었던 것일까.

정신분석적으로 불륜의 사랑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마리아-창녀 콤플렉스(madonna-whore complex)다. 아내는 순결한 '성모 마리아'로 남아야 하고, 자기는 성욕을 참을 수 없으면 유흥업소라도 가서 '창녀 마리아'를 사는 일에 망설임이 없는 남자들의 이중심리를 말한다. 아내 따로, 하룻밤 상대 따로라는 거다. 자신은 아내와 창녀를 곁에 두고 싶고, 아내의 실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남자의 보편적 심리다.

둘째 바람둥이 돈환 성격이거나 성중독증에 빠진 경우이다. 하지만 혼외정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도덕적 붕괴에 있다. 부부치료에 참여한 한 남성은 "어릴 때부터 남자는 그래도 된다고 배웠다"면서 남자의 외도가 무슨 문제가 되냐고 눈을 부릅뜬다. 어떤 환경과 교육 속에서 자라느냐도 성역할 인식에 큰 영향을 준다.

외도 문제는 부부간의 권태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헤어 스타일이나 의류 패션을 바꾸어보는 것도 새로운 파트너를 만난 듯한 '유사효과'를 창출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과의사의 입장에서 불륜을 밝힌다면 외도의 개인적인 동기와 원인도 알아보고 가족의 고통도 치유하면서 건전한 사회가 되도록 사회병리 현상과 대처 방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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