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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시인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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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녹전동 이중기씨

"수입산과 소비자 취향, 강우량 등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우리 농산물에도 희망 소비자 가격표를 한번 붙여봤으면 좋겠습니다."

영천시 녹전동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시인 이중기(53)씨는 요즘 따뜻한 봄볕 아래 가지치기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수원 1만4천여㎡에 천도, 금도 등 복숭아 18종류를 재배한다. 수확시기를 조절해 과일솎기 작업 외엔 혼자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에는 복숭아 한상자(15㎏) 값이 2천원까지 폭락해 생산비도 못 건졌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량이 5%만 늘어도 가격이 폭락한다. 이씨는 농사를 세계화시대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라고 말한다.

20여년 간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씨는 밤낮 없이 일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 창작에 몰입한다. 1992년 첫 작품인 '식민지 농민'을 시작으로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오래된 책' 등 5권의 시집을 펴냈다.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화와 도시화의 뒤안길에서 해체돼 가는 농촌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대부터 시인이 되려고 했다. 시인만 되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스스로를 '문학에 미친 마지막 세대'라고 말하는 그는 세상이 잘못 돌아갈 때 쓴소리로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한다.

이씨는 '나의 직장도 불안하다'라는 제목의 시에서 농업이 처한 현실을 '명예퇴직 걱정이 없는 평생직장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표현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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