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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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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화전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찍을 수 있냐고 물어오곤 하는데, 그때 나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영화를 만들어서 칭찬을 받고 싶은가?'라고. 그러면서 이야기합니다. 태도가 결과를 만드는 것 같다고. 류 감독 자신은 영화가 너무 좋았고, 오로지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일상적으로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일할 만하세요? 그리고 좀 더 진지하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당신과 잘 맞습니까? 공연 관련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을 때, 그 공연을 같이 준비한 지역 방송국 담당 팀장이 무심결에 물어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정숙씨, 이 일이 재미있어요?" "네~"

유명한 스타 배우도 없었고 조금은 더 다듬어야할 부분이 있었지만 공연을 관람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감동스러워한 그 공연. 하지만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에 마냥 좋아라 할 수 만은 없었던 그때였습니다.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다는 의미는 있지만 사업적인 면에서 흥행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한 담당자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심란하셨을 그분의 마음과 입장을 생각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했을텐데 "네"라고 대답하기까지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찍어둔 사진 속 나를 보면 몇날며칠을 공연 준비하느라 그야말로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마냥 좋아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 "네"라고 대답하고 돌아서는데 머리가 복잡해짐이 느껴져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내가 정말 이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나?'라고.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공연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여느 일이나 그렇듯 공연에는 공연 그 자체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주변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류승완 감독이 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와 '그에 대해 칭찬을 기대하는 마음(반응)', 어느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그 중심을 잃지 않음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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