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문제가 떠오르면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단의료단지)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세종시로 인해 첨단의료단지가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로 변질될 것이라 하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선정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대구경북의 유치 노력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첨단의료단지 유치를 위해 전 지역민이 기울였던 그 노력과 과정들을. 단언하건대 비록 지역에 첨단의료단지가 유치되지 않았더라도 지역사회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합된 의지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구경북이 재도약할 수 있는 일대 전환기와 자신감을 마련했다고 확신한다.
이제는 '지역적 쾌거'를 어떤 식으로 승화시킬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다. 첨단의료단지는 30년에 걸친 장기사업인 관계로 천천히 그리고 긴 호흡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는 산업 사이클이 긴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성과에 집착해 단기간에 모든 결과를 얻어내려는 우리의 고질적 병폐를 고려하면 30년 동안 참을성 있고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지역민이 힘을 합쳐 첨단의료단지 유치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지만 우리 안에 배타적 이기 심리가 작용해 상생의 원리원칙을 어긴 채 비효율적 경쟁 결과를 낳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결국 정부, 국민, 투자자 그리고 언론의 인내성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집단적 자성과 노력을 융합하고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전제되어야만 이 사업을 성공리에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우리의 리더십 문화에서 1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리드해 나갈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이 가능한지를 반문해 본다. 짧은 임기와 정치적 입신을 위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들과 대학이나 연구소 리더들의 그간 행적을 돌이켜볼 때 이런 긴 호흡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실질적 한계가 있다.
성공적인 리더십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 구성원 간에 마음으로 전달되는 고도의 문화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자연의 진화과정처럼 사회적 선택을 통한 진화 과정을 거쳐 복제되어 확산되어가는 '밈'-그리스어인 미메마(mimema'모방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기 복제를 하는 유전자에 비유되어 '문화적 유전자'의 뜻으로 통용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밈이 존재하며 이들의 대립과 경쟁을 통해 첨단의료단지 사업을 위한 하나의 밈이 선택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불행히도 대구경북은 다양성의 문화가 존재하기에는 너무나 폐쇄적이고 현재까지 문화적 밈의 다양성도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또다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의 밈이 복제 전달되면 첨단의료단지 사업도 제2의 밀라노 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가 한 사회의 잠재력을 가장 크게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한번 정착된 문화는 밈이 되어 복제되고 확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사업의 초기 몇 년이 너무나 중요함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첨단의료단지 사업은 여러 구성원이 참여, 이들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구경북의 이익을 위해 작은 집단들은 때로는 이타적 행위를 해야 하고 '이타적 희생'은 지역 발전이라는 결실로 자연적으로 보상이 이뤄질 것이다. 이는 신뢰와 약속을 바탕으로 하며 지역 리더들의 헌신적 노력과 희생도 수반되어야 한다. 지역 내 첨단의료단지 관련 리더들은 소통의 기술을 학습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타적 마음을 열고 서로 만나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3대 도시였던 대구는 현재 4, 5대 도시로 서서히 도태되어 가고 있음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있다. 이제 지역의 리더들은 새로운 밈을 선택해야 한다. 첨단의료단지의 성공과 지역의 새로운 재도약을 위해 지금까지 지역에서 선택되어 살아남은 밈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들의 번식을 막을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한다.
함인석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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