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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안민영 '어리고 성긴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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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성긴 매화

안민영

어리고 성긴 매화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期約)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燭) 잡고 가까이 사랑할 제 암향(暗香)조차 부동(浮動)ㅎ더라.

"어리고 엉성한 매화나무, 네가 꽃을 피우리라고는 차마 믿지 않았는데 / 눈이 올 때 핀다던 그 약속을 기꺼이 지켜 두세 송이 피워 올렸구나 / 촛불을 들고 가까이 가 들여다보며 사랑할 때 그윽한 향기마저 은은하게 풍기는구나"로 풀리는 안민영의 '매화사'(梅花詞) 혹은 '영매가'(詠梅歌) 8수 중 둘째 수다.

초장의 '성긴'이란 말뜻은 '듬성듬성 난 모양'을 가리키고, 중장의 '눈 기약'이란 말이 얼른 이해되지 않을 수 있으나 가집(歌集)에 '눈ㄷ기약' 이라고 표기돼 있어 '눈 올 때 정하여 약속함'이라고 해석한다. 종장의 암향(暗香)은 '그윽한 향기'를, 부동(浮動)은 '떠도는 것' 을 말한다.

매화에 대한 노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만큼 매화의 속성을 잘 드러낸 작품은 드물다. 누구라도 한겨울 매화나무를 보면 저 나무에 어떻게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엉성하게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은 안민영의 스승 운애 박효관의 책상 위에 있는 매화를 두고 쓴 것이니까 그야말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

그런 나무에서 꽃이 피어난 것이다. 그것도 많이 피어난 것이 아니라 두세 송이가 피어나 있으니 놀랍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만약에 정말로 꽃이 핀 숫자대로 두 송이 세 송이 헤아려서 정확하게 썼다면 그건 시가 되지 않을 터. 두세 송이라 하여 더 여유롭고 넉넉해지지 않는가. 그렇게 피어난 꽃이니까 반갑고 신기해서 촛불을 켜들고 가까이 다가가니 그윽하게 풍기는 매화향에 어찌 마음 뺏기지 않았으랴.

촛불을 켜들고 매화를 살피는 가객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매화꽃보다 그 꽃을 바라보며 매화에 취한 가객의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사람이 그 무엇에 몰입해 있는 모습은 매화가 아니라 지상의 어느 꽃도 그 아름다움을 쫓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말이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 봄이 와서 산천에 꽃들이 만발하는데, 내가 미쳐서 피울 꽃은 과연 그 무엇인가.

문무학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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