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의 마지막 날,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남수단에 하나뿐인 브라스밴드가 마을을 행진하고 흑인 소년들이 한 남자의 영정 사진을 들고 선두에 섰다.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은 한국인. 마을 사람들은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들의 아버지라며 눈물로 그를 보냈다. 아프리카 봉사의 삶을 살고 마흔여덟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고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다.
'KBS 스페셜-수단의 슈바이처 고 이태석 신부, 울지마, 톤즈' 편이 11일 오후 8시에 방송된다. 이 신부는 성공을 보장받는 의사를 버리고 사제가 됐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 아프리카 수단 남부 톤즈로 떠났다. 아랍계가 지배하는 북수단과 원주민이 사는 남수단은 1983년부터 내전을 벌여왔고, 2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서도 와랍주 톤즈는 내전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이다.
이 신부는 2001년 톤즈에 정착했다. 그리고 2008년 10월 휴가차 한국에 들렀다가 말기 대장암을 발견했고 투병 끝에 지난 1월 중순 선종했다. 이 신부는 투병 중에도 톤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그는 왜 이곳을 찾았고,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이 신부는 불빛도 없는 움막 진료실에서 밤낮으로 환자를 돌봤다. 전쟁으로 몸도 마음도 가난해진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었다. 내전에 소년병으로 끌려가는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들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2005년에는 35인조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다. 이제 이 신부가 일하던 진료실은 텅 비어 있다. 주민들은 지금도 빈 병원을 찾아와 이 신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들은 이 신부가 이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자신들에게 해주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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