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가 안보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야

해군참모총장이 천안함 희생 장병 영결식에서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찾아서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군총장은 '끝까지' '반드시'를 중복하며 의지를 다졌다. 나무 한 그루,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앞으론 군 통수권자로서 단호한 결의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 통수권자와 군 최고 지휘관으로서 국민들에게 해야 할 당연한 약속이다. 한 치라도 우리의 땅을 넘본다면 어물쩍 넘어가지 않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도 군 통수권자와 최고 지휘관의 확고부동한 다짐에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대통령과 해군참모총장이 강조한 말씀은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두 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씀했지만 정치적 수사로 들릴 뿐이다. 대통령과 군 최고 지휘관의 말에 실감을 하지 못하는 까닭은 지금껏 이런 말들이 반복된 탓이다. 북한으로부터의 크고 작은 도발이 있을 때마다 역대 우리 정부는 늘 '단호하게' '원칙대로'를 강조해 왔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에 새길 만한 단호한 조치는 드물었다. '단호하게'는 그저 말로만 끝났을 뿐이었다.

우리는 군사적 보복을 포함한 남과 북의 물리적 충돌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대신 일이 터질 때면 큰소리만 치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마는 정부와 군의 행보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말뿐인 안보 약속은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안길 뿐이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전쟁의 위협을 잊고 살았다. 퍼주기식 지원으로 전쟁은 나지 않겠다는 위안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 결과 전쟁에의 두려움은 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우리 곁을 떠난 지금이야말로 '단호한 조치'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언약은 실천적 의미를 담아야 한다.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의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들은 군 통수권자의 실천적 약속을 바란다. 남북관계가 유연하든 경직되든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아예 꿈꾸지 못하게 할 책임이 있다. 북의 어설픈 도발에 남의 체제가 흔들려서야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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