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전망치(4.6%)보다 다소 높은 5.6%로 상향 조정하는 등 '수치상' 경제사정은 좋은 시절이 될 듯하다. 그러나 흔히 등장하곤 했던 '춘삼월 호시절'(春三月 好時節)이란 말을 올해 들어서 아예 들어볼 수가 없다. 그 대신 한 시인의 노래처럼 '잔인한 달'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 같다.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은'(春來不似春) 날씨와 이상기온으로 농촌 들녘은 시름으로 가득하고, 서민들은 계속되는 경제난에다가 오르는 물가로 주름살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26일의 서해안 천안함 침몰과 46인의 고귀한 젊은이들의 희생과 같은 꿈에서도 상상 못한 불행한 일들이 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말처럼 겹치기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가 국운이 상승하고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조차도 이같이 연이어지는 불행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弘益人間) 위해 이 땅에 단군께서 나라를 세운 이후 우리는 반만 년 역사에 무려 1천 번 가까운 적의 외침을 받는 등 수많은 고통과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이러한 숱한 불행과 불운의 순간들을 선조들은 지혜롭게 극복했다. 옛날 이스라엘 왕 다윗이 솔로몬의 지혜를 담아 보석 세공사가 반지에 새겼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귀를 보고 승리의 영광에 도취되지 않은 대신 불행과 슬픔에도 좌절하지 않고 역사에서 비켜서지 않고 세월을 맞서왔던 것처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나탈주(州)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줄루(Zulu)라는 종족들이 사용하는 말 가운데 '우군투'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란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최근 각종 모임이나 강의 등에서 구호나 마무리 말 등으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의 첫날을 맞아 '우군투'를 한 번 외쳐 보자.
5월은 기념할 날들이 많다. 근로자의 날(1일)을 비롯해 어린이 날(5일), 어버이 날(8일), 스승의 날(21일), 석가탄신일 및 부부의 날(21일)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날이 없다. 올해도 이런 기념할 날들을 맞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잔인한 달' 4월의 끝자락에 영면에 들어간 46인의 호국 영령과 아직도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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