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42)곱창전골

쫄깃하고 고소한 곱창, 칼칼한 국물…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곱창전골은 살코기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최근 건강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곱창전골은 살코기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과 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해 최근 건강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역시 이 맛이야.' 곱창전골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푸짐한 곱창과 아삭아삭한 김치가 가득 들어간 곱창전골 한 냄비.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곱창전골은 혼자 먹어서는 맛이 덜하다. 여럿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소주 한잔을 더하면 금상첨화.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맛있게 익은 곱창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고소하게 흘러나오는 곱의 풍미가 그만이다. 중독성이 있는 듯 먹어도 먹어도 자꾸만 숟가락이 간다. 속이 확 풀어지는 칼칼한 곱창전골은 겨울철에도 좋지만 기운 없고 입맛 떨어지는 봄철에는 나른한 몸에 원기를 북돋워주는 별미다. 하지만 산업화를 위해서는 위생적인 조리법 개발과 함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포장법 등이 개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쫄깃하고 고소한 곱창,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구미시 선산읍 동부리 선산대한곱창. 전국 30여개의 이름난 곱창 브랜드 중 곱창전골 원조집이다. 56㎡(17평) 남짓한 작은 식당 안에는 4인용 테이블 6개가 전부다. 강선희(2007년 72세로 작고) 할머니가 1967년 창업해 몇 곳을 전전하다 1982년 이곳에 정착했다. 아들 이성구(42)씨가 이어받았지만 아직도 창업자의 손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의 주메뉴는 곱창전골. 국내산 돼지 작은창자만 고집하고 있다. "아무래도 곱창전골은 서민 음식이어서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잖습니까? 소곱창에 비해 맛도 괜찮고 해서 돼지를 씁니다."

이 대표는 "어머니가 선산읍 장터에서 곱창식당을 했는데, 장보러 온 어르신들이 국밥값으로 막걸리 한 사발과 곱창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게 저렴한 돼지곱창으로 전골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돼지곱창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의 곱창 요리법은 간단하다. 잘 손질한 곱창과 갓 담은 김치, 대파, 양파, 고춧가루, 그리고 사골육수면 끝이다. 이씨는 "전골은 곱창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찬물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여러 번 씻고, 사골육수는 돼지사골을 24시간 고아 낸다"고 했다. 너무 씻으면 곱창 고유의 맛까지 씻겨나가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곱창 외에 돼지 위와 염통이 더 들어가는데 위는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서이고, 염통은 이가 좋지 않거나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위해서라고 했다. 익은 김치는 향이 강해 곱창 특유의 맛을 방해하기 때문에 담근 지 2, 3일 된 김치를 사용한다고 했다.

전골냄비에 숙성한 곱창과 양파, 대파, 김치에 특급 고춧가루로 양념한다. 별다른 양념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별스런 맛을 내는 양념장이다. 여기에 진하게 우러난 육수를 가득 부어 보글보글 끓이면 곱창전골이 완성된다. 기름기를 제거해 담백하면서도 쫄깃하고 고소하다. 개운한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심하게 맵지 않아 입맛을 계속 당긴다. 칼칼한 곱창전골 한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어김없이 술 한잔이 생각난다.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 한잔, 곱창 한점, 국물 한숟가락씩 떠먹다 보면 소주 한두병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속풀이 음식으로도 그만이다.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김가루와 참기름을 뿌려 쓱쓱 비벼먹는 맛도 기가 막힌다. 양 또한 넉넉해 4명이 3인분(일인분 5천원)이면 충분하다.

이씨는 요즘도 어머니의 손맛과 후한 인심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했다. "어머니가 욕을 잘 했는데,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은 말투여서 손님들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던 것 같다"면서 "욕을 먹은 어르신들이 예전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자주 찾아와 음식맛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양 풍부한 웰빙식품

곱창전골은 돼지 창자를 깨끗이 손질한 후 잘게 썰어서 양념을 하고 갖은 채소와 함께 육수에 끓여낸 음식이다. 따라서 영양 면에서 부족한 점이 하나도 없는 일품요리다. 단백질과 철분, 비타민 등을 함유한 곱창이 채소의 섬유질, 무기질 등과 어울려 환상의 영양 조합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곱창은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애용돼왔다. 지금은 곱창집에서만 곱창을 먹지만, 예전에는 가족의 영양보충용으로 어머니가 정육점에서 곱창을 사다 조리해주는 일이 흔했다.

최근에는 곱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곱창은 살코기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철분 등이 풍부해 영양도 뛰어나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속풀이에 좋을 뿐만 아니라 지방이 거의 없고 섬유질이 많아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곱창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맛 또한 깔끔하고 담백해져 가족 단위로 식당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산업화의 과제

손맛으로 이어져오던 곱창전골은 요즘 조리법에 표준이 생기고 양념의 양이 계량화되면서 맛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현재 줄잡아 30여개의 브랜드가 전국에서 성업 중이다. 모두 제각각 맛의 원조라고 외치며 상권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곱창전골을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조리법 개발과 유통구조 개선, 신선도 유지를 위한 포장기술 등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준이 높아지면서 곱창의 가공법이 보다 위생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면서 "조리사의 손맛이 유지될 수 있는 유통과 포장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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