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에는 왜 엄마가 없어?"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 딸이 묻던 질문이다. 무심코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연 그랬다. 어린이날만 되면 보여주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에는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인어공주' '알라딘' '타잔'에는 어머니가 없는 딸이 여주인공이다. 딸이 나오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부재중'이다. '라이언 킹'의 경우는 어린 사자 심바의 어머니가 엄연히 살아있음에도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무파사', 삼촌 '스카'는 이름이 있어도 어머니는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다. 고향을 등진 심바의 회상에는 아버지만 자리 잡고 있다. 거기다 고향으로 돌아온 심바는 아버지를 죽인 삼촌 스카의 여자가 된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가 없기보다 더한 상황이다. 어머니에 대해 묘한 반감이 들게 된다.
'미녀와 야수'(사진) '알라딘' '인어공주'에도 천방지축 딸에 속 썩이면서도 늘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는 아버지다. 자식이 역경을 이겨내고 행복한 자신의 삶을 찾는 낭만적인 결말에 어머니의 역할이 없다.
왜 어머니가 없을까. 가장 적절한 해답은 디즈니 제작자들이 가지고 있다. '엄마가 있는 아이보다 없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기 쉬워서'다. 도와줄 엄마가 없이 성장하는 얘기가 훨씬 극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하자면 해체된 미국 가정에 대한 반영도 있다. 미국에서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집사람 아빠'다. 아버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다. 10여년 전 통계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애를 도맡아 키우는 가정이 200만가구나 됐다. 이보다 TV 속에 엄마 없는 가정이 등장하는 비율은 실제의 7배나 된다고 하니 영상에 노출되는 웬만한 가정에는 엄마는 없는 셈이다.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 한국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에 비하면 현격한 정서적 차이를 느끼게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교훈적'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꿈과 환상적인 모험에 화려한 색감으로 채색된 애니메이션으로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벽하다.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는 정서는 미국식이다. 그런데도 애들이 보채면 어머니의 90%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관에 애들을 들여보내기보다 연극 공연장이나 그림 전시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집으로 돌아갈 때는 오늘 느낀 것에 대해 자녀와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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