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비씨카드배 정상에 오르며 개인 통산 13번째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미 21연승의 흐름을 탄 이 9단의 기세는 무서웠다. 4월 24일과 25일의 1,2국을 연달아 이긴 이 9단은 27일의 3국에서도 발군의 움직임을 보이며 171수 만에 불계승, 3국 모두를 불계승으로 장식하며 창하오 9단을 KO시켰다.
23일 열린 전야제에서 '좋은 내용의 대국'을 다짐했던 이 9단은 막상 1국의 막이 열리자 창 9단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중반에 중앙 흑대마를 버리면서 좌변 일대를 휩쓸자 우세는 불변. 1국의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창 9단은 심기일전, 2국에서는 흑을 들고 공격적으로 나왔으나 이 9단은 잇단 공세를 무위로 돌리며 오히려 상변을 석권, 146수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3국은 능소능대한 이세돌의 최근 기량을 십분 보여준 바둑이었다. 초반 우상귀에서 묘수를 작렬한 창 9단에 대마를 내주어 불리해 보였으나 이 9단은 오히려 사석작전으로 방향을 바꾸어 순식간에 국면을 리드하며 우위를 확보했다. 백대현 7단은 "창 9단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응징한 이세돌 9단의 수읽기가 위력적"이라고 평했다. 창 9단은 상변에서 최후의 대마상전을 기도하였으나 이 9단은 이를 유유히 타개하며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세돌 9단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3대 0으로 승리할 줄 몰랐다. 이겨서 기분 좋고 응원해 준 팬들과 무대를 마련해 준 비씨카드 장형덕 사장님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초반이 약한 데다가 둔 적도 본 적도 없는 어려운 변화로 시간을 많이 썼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또한 "지금의 기세라면 제 연승 기록(2000년 32연승)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속기전이 많이 있어 부담감이 크지만 지금 당장은 연승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35연승을 넘기면 연승 최고기록(이창호 1990년 41연승)을 생각해 보겠다"는 의지도 표출했다.
결승 3국 승리로 이세돌 9단은 창하오 9단과의 통산 전적에서 10승 6패(중국리그 포함하면 16승 7패)로 앞서가게 됐다.
이세돌 9단은 3연승으로 손쉽게 우승했지만 결승에 이르기까지에는 4판이 역전승일 정도로 힘겹게 최종 무대에 이르렀다. 복귀 후 첫판이었던 연구생 이주형 아마 5단과의 본선 64강전에서 고전 끝에 역전승했던 이세돌 9단은 16강전(콩지에 9단)과 8강전(이 9단이 24승 중 가장 어려웠던 대국으로 술회한 박영훈 9단과의 대국)에서도 믿기지 않는 역전극을 이뤄냈고 김기용 5단과의 4강전에서도 상대의 끝내기 실착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져 결국 4집반의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반면 창하오 9단은 왕레이 8단(중국)과 김혜민 5단, 중국의 펑첸 7단(중국), 최철한 9단을 꺾은 데 이어 4강전에서도 한국의 박정환 7단을 가볍게 일축하고 대회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세돌 9단에게 충격적인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비씨카드배 우승으로 이세돌 9단은 1년 3개월 만에 세계 대회 정상에 서게 됐다. 이 9단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9년 1월 제13회 삼성화재배(콩지에 9단에 2대 0 승) 정상에 선 것이 마지막이다.
한편 2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비씨카드 본사 지하 1층 BC라운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비씨카드 장형덕 사장이 우승한 이세돌 9단에게 3억원의 우승 상금과 트로피를, 준우승한 창하오 9단에게 1억원의 준우승 상금과 트로피를 각각 수여하며 축하했다. 전기 대회에서는 중국의 구리(古力) 9단이 조한승 9단을 3대 1로 꺾고 우승했다.
국내외 모든 프로와 아마추어 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비씨카드배 월드 바둑 챔피언십은 세계 최초로 64강 컷오프 상금제를 도입했고 예선, 본선 모두를 자비로 출전케 하는 등 기존 대회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반상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오픈 대회다. 상금 총규모 8억3천만원에 우승 상금 3억원(준우승 1억원)인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 바둑 챔피언십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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