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출산 여파로 폐업 속출…동네 산부인과는 '초상집'

다양하고 질 높은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한창인 대형 병원들에 비해 동네 산부인과는 초상집 분위기다. 저출산 추세로 인해 불임이나 부인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5명으로 2008년 1.19명에 비해 더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출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4만5천200명으로 전년보다 2만700명(4.4%)이 줄었다. 2008년 46만5천900명으로 줄어든 뒤 2년째 감소세다.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2천명을 기록한 이후 8년째 4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대구 역시 2000년 3만2천여명이던 출생아가 2008년에는 2만명을 겨우 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분만시술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도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개업 5년 이상 된 전국 산부인과 1천111곳 가운데 5년간 분만수가를 단 한번도 청구하지 않은 곳이 558곳(50%)으로 집계됐다. 산부인과 둘 중 한곳은 분만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구는 전체 67개 기관 중 58곳(86%)이 단 한번도 분만시술을 한 적이 없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무(無)분만 산부인과 비율을 나타냈다.

대구 남구의 A산부인과는 3년 전부터 불임과 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전환했다. 저출산이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자체 산후조리원도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여성병원 관계자는 "대구의 분만율이 전국에서 최하 수준이다 보니 대형병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그나마 경북에서 고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탁 대구지회장은 "뾰족한 탈출구가 없어 많은 산부인과들이 피부미용이나 비만 등 다른 분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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