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카 위해 아낌없이… '골드 앤트' 큰손 고객을 모셔라

요즘 백화점 아동복 매장에서는 경제력까지 갖춘 골드미스들이 아동 관련 상품의 새로운 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골드미스 이모·고모를 지칭하는
요즘 백화점 아동복 매장에서는 경제력까지 갖춘 골드미스들이 아동 관련 상품의 새로운 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골드미스 이모·고모를 지칭하는 '골드 앤트'가 아동용품계의 '큰손'으로 통한다.

세상은 자꾸만 변한다. 가족의 형태도 변함에 따라 가족소비문화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어린이날 선물을 고민하는 것은 비단 아이의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뿐만은 아니다. 요즘 아동용품의 가장 큰 고객은 결혼 안 한 이모·고모들이다. 쇼핑의 참맛을 즐길 줄 아는 남성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고, 아동복 매장에서 저렴하게 옷을 구매하는 깍쟁이 엄마들도 늘고 있다.

◆아동복 큰손은 이모·고모

'골드미스'인 이미영(36)씨는 요즘 세살 난 조카의 재롱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낙이다. 조카를 위해서라면 아무리 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다는 이씨는 한달에 평균 한번꼴로 백화점 매장에 들러 조카에게 줄 옷과 장난감을 산다. 한번 쇼핑에 나서면 치마, 티셔츠, 재킷에다 양말, 구두까지 색상을 맞춰 사기 때문에 구매액이 30만~40만원을 훌쩍 넘어서기 일쑤지만 그녀는 "앙증맞은 아기 옷을 보면 조카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며 "내 옷을 사러 백화점에 나왔다가 꼭 조카옷을 사들고 가게 된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 사회가 '6포켓 1마우스'에서 '8포켓 1마우스'로 바뀌고 있다. '6포켓 1마우스'는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등 6명의 주머니(pocket)에서 나온 돈이 아이 1명의 입(mouth)으로 들어간다는 뜻. 여기에다 최근 싱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모, 고모까지 조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키즈 마케팅의 대상은 8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요즘 백화점 아동복 매장에는 골드미스 이모·고모를 지칭하는 '골드 앤트'가 '큰손'으로 통한다. 경제력까지 갖춘 골드미스들이 아동 관련 상품의 새로운 소비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올 초 현대백화점의 조사 결과 30대 미혼 여성들이 유·아동 매장을 찾은 횟수는 2005년 2.8회에서 지난해에 3.7회로 늘었고, 구매액도 22만5천원에서 30만4천원으로 증가했다.

대구백화점 아동매장 관계자는 "가격과 실속을 꼼꼼하게 따지는 부모와 달리 이모나 고모는 고가의 브랜드와 세련된 디자인을 중시하는데다 선물용 세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사는 물품의 가격대도 높은 편"이라며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30대 미혼 고정고객들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쇼핑과 여가를 한번에

직장인 김주호(38)씨는 아내와 함께 하는 쇼핑을 거부하지 않는다. 보통 남성들은 쇼핑이라면 진저리를 치게 마련이지만 김씨네 가족은 쇼핑센터를 '가족 놀이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내가 옷을 고르는 동안 다섯살 난 딸과 키즈파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미술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쇼핑을 마친 후에는 온 가족이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자꾸 함께 다니다 보니 쇼핑에도 취미가 생겨 이젠 아내의 옷도 같이 골라주게 됐다"고 했다.

백화점은 쇼핑과 여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영화관과 문화센터, 키즈파크, 푸드코트 등을 통해 쇼핑과 문화를 동시에 즐기는 복합 쇼핑몰의 형태로 변화하면서 주말이면 쇼핑센터 나들이를 즐기게 된 것.

이런 변화 추세에 따라 남성들 역시 쇼핑 대열에 함께 합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남성들은 쇼핑에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남성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매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부가 같이 옷을 사러와도 남성은 한쪽 구석에서 멍하니 서 있기 일쑤였고, 자신의 옷 역시 아내가 골라주는 대로 입고다니는 남성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며 "본인의 옷을 직접 고르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복 매장에서 아내의 옷을 코디해 주는 젊은 부부들도 자주 눈에 띈다"고 했다.

◆자녀와 같이 입는 키덜트 상품

몇년 전부터 아동복 매장에서 옷을 사는 성인들이 늘고 있다. 아동복 매장에서 아이와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구매해 커플룩으로 입는 엄마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아이들의 체격이 날로 커지면서 아동복의 사이즈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웬만한 체구의 여성이라면 아동복을 입어도 무방할 정도로 아동 의류가 커지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리바이스 키즈 매니저는 "자녀와 똑같은 커플룩을 맞춰 입음으로써 아이와 유대감을 강화하려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전에는 자녀와 함께 커플로 입기 위해 자녀는 아동복 매장에서 엄마는 성인복 매장에서 구입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아동복의 사이즈가 크게 출시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했다.

지갑을 아끼기 위한 알뜰 주부들도 아동복을 즐겨찾는다. 성인복에 비해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동일한 브랜드의 티셔츠가 성인 매장에서는 15만~20만원대인 데 비해 아동매장에서는 8만~10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아동매장 관계자는 "올 들어 판매된 M~L 사이즈 의류의 약 20%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여성 고객들이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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