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와 함께] 스카이점프 안전요원

높이 123m 점프대, 몸에 안전정치 걸고도 발이 안떨어져

기자가 여대생 김성애씨를 점프대 앞으로 데려가 각종 안전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기자가 여대생 김성애씨를 점프대 앞으로 데려가 각종 안전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기자가 테스트를 위해 사람 몸무게와 비슷한 모래주머니를 들고 점프대 앞으로 가고 있다.
기자가 테스트를 위해 사람 몸무게와 비슷한 모래주머니를 들고 점프대 앞으로 가고 있다.
스카이점프를 하기 전 123m 하늘에 매달려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는 기자.
스카이점프를 하기 전 123m 하늘에 매달려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는 기자.
김성애씨가 스카이점프를 한 뒤 확인증을 받고 기자와 포즈를 취했다.
김성애씨가 스카이점프를 한 뒤 확인증을 받고 기자와 포즈를 취했다.

'기자체험, 3D로 달린다.'

아바타 같은 3D영화에서 쓰이는 Dimension(차원)이 아니다. 한때 취업 기피 직종을 일컫던 3D(Dirty, Dangerous, Difficult)를 말한다. 체험 분야를 정하는 팀 회의에서 평범하고 쉬운 체험을 하겠다고 제안하면 "에이~, 그거 재미없다. 다 하는 거잖아!"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돌파구는 3D다. 금세 "그 정도는 해야 독자들도 관심을 갖지!" 하는 호평으로 바뀐다. 4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하는 '기자와 함께' 코너는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기자의 경우 팀의 막내인 탓에 회의 때마다 3D를 강권받다 보니 이젠 아예 자원하는 습관이 들었다. 회사 안팎에서 3D 전문기자로 입지가 굳어가는 분위기다. 지하철 선로작업에 이어 정화조 똥푸기, 이번에는 123m 우방타워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점프 안전요원에 도전했다.

123m라면 내려다보기도 아찔한 높이인데 초보자인 기자가 그곳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스카이점프 점프마스터인 이광수(38)·조익환(29)씨가 모든 안전장치를 하고, 기자에게 보조 안전요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2시간 동안 교육을 받은 뒤 2명의 점프마스터와 함께 이 아찔한 놀이기구를 타러 온 고객들을 맞았다.

◆'어질어질 아찔아찔 두근두근'

기자가 23일 우방타워 스카이점프 기구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우방랜드 홍보팀 직원들과 뉴질랜드에서 직접 교육을 받고 돌아온 점프마스터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평일 오후라 기구를 타러온 손님이 드물었다. 한 시간여 동안 이론 교육을 받았다.

'안전요원이 안전해야 고객이 안전하다' '고객은 더블 체크(Double Check), 안전요원은 크로스 체크(Cross Check)' '주 기계인 특수합금 와이어로 제작된 윈치 드럼 에셈블리' '부속 기계인 드럼(123m 줄을 감아주는 원통)과 하네스(점프마스터와 고객들이 몸에 차는 연결고리), 프로펠러(와이어의 속도를 제어해주는 기기)' 등 안전 원칙에서부터 장비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 놀이기구가 상당히 과학적이고 안전한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자! 이제 점프대로 나가 봅시다." "예! 갑시다." 점프마스터는 나가기 전 점프대와 기자의 몸에 고리를 걸어 안전장치를 해줬다. 점프대에 서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바람이 차고 거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했다. 옷에 붙어 있는 헝겊을 떨어뜨려 보니 이리저리 흔들리며 천천히 떨어지는 모양이 어질어질했다.

표정은 의기양양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용기를 내 점프대 맨 앞쪽까지 갔다. 여기서 결정타가 날아왔다. 점프대에서 1m 이상 앞에 있는 지지대 고리에 연결 장치를 걸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 아무리 안전줄이 연결돼 있다고 하지만 점프대 앞으로는 도저히 몸이 나가지가 않았다. 마음은 앞을 향했지만 몸은 엉덩이가 뒤로 쑥 빠진 채 허공에 손만 내미는 볼썽사나운 모양새였다. 점프마스터가 지지대 고리를 앞으로 조금 당겨준 덕에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간신히 고리를 연결했다. "오메~, 식겁하겠네!"

이를 지켜보던 이광수 점프마스터는 실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기자가 섭섭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고리 연결하는 게 제일 겁나는 겁니다. 잘 하셨어요"라며 격려했다. 기자의 심중을 눈치챈 듯 이 마스터는 "손님 중에 가끔은 30분~1시간씩 울며 불며 못 뛰겠다고 매달리는 사람도 있고, 술 한잔 얼근하게 걸치고 와서 시비조를 태워 달라는 사람도 있는데 정말 괴롭다"며 화제를 전환했다.

고객을 맞이할 준비는 하나 더 있었다. 사람 평균 몸무게만큼의 모래 주머니를 달아 123m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안전테스트를 한 다음 안전요원이 한번 뛰어 보는 것.

◆여대생의 도전, 기자가 도와주다

'올 게 왔다.' 서늘한 바람이 가슴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123m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기분은 참으로 으스스했다. 뜸을 들이고 있는데 여대생 고객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먼저 뛰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는 상황이니 용기를 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안전고리를 매달고 점프대를 박찼다. 까마득한 공중에 둥둥 떠 낙하를 기다리는 시간. 사진 촬영을 위해 한참을 그 자세로 있어야 했다. 매달린 줄이 빙빙 돌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지켜보는 고객이 있으니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머릿속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나 둘 셋"이라는 점프마스터의 외침이 끝나는 순간 기자는 순식간에 123m 아래로 떨어졌다. 몸 속의 모든 장기가 확 쓸려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떨어진다기보다는 땅바닥이 무서운 속도로 눈앞으로 솟아오르는 느낌. 떨어지는 시간은 10초에 불과했다. 지상에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권기자님, 재미있었습니까?" 정신이 없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위에서 무전이 내려왔다. "여대생이 왔으니 빨리 손님 받으러 올라오세요."

한번 몸을 날려봤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부랴부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점프대 앞으로 갔다. 여대생 손님은 계명문화대 사회복지과 2학년 김성애(20)씨. 정신이 없었지만 귀여운 여대생이 이 무모한 도전을 한다니 성심성의껏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차는 하네스를 직접 채워주고 안전대 위에서 안전고리도 걸어줬다. "뛰어보니 괜찮다. 별것 아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마치 목욕탕의 뜨거운 탕 속에서 "시원하니 들어와라"고 아들에게 말하는 아버지의 심정과 같았다.

김씨는 "어머! 어머!"를 연발하며 조익환 점프마스터를 불들었다. 한쪽 손을 잡고 점프대 끝으로 안내했다. 등쪽에 연결장치를 매달아 123m 하늘에 띄웠다. 눈을 가리고 앞도 위도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조 마스터가 사진을 찍는다고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조건반사처럼 이내 V자를 그렸다. 사진을 찍은 뒤 "하나 둘 셋" 외침이 끝나자 김씨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바닥으로 한참을 떨어지고 있었다. 비명은 잠시. 다시 점프대에 올라온 김씨의 얼굴은 밝았다. 조 마스터가 점프를 성공적으로 했다는 확인증을 들고 왔다. 확인증 옆에는 김씨가 하늘에서 취한 예쁜 포즈의 사진 2장이 붙어 있었다.

스카이점프는 4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구 우방타워에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6천여명이 도전했다. 이용 가격은 커플 6만원, 일반 4만원, 중·고생 3만원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스카이점프 안전수칙

123m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점프에는 안전수칙이 몇 가지 있다. 이를 지켜야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1.만 14세 이하 그리고 신장 150㎝ 이하의 어린이 고객, 노약자, 음주자는 이용 불가.

2.몸무게 120㎏ 이상의 슈퍼 헤비급 고객도 이용 불가.

3.소지품은 접수데스크나 물품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4.하이힐, 슬리퍼류는 스카이점프용 신발로 갈아 신어야 한다.

5.반드시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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