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33)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댄스가수라 하기엔 조금 부족한 외모, 허영심 가득 찬 여자에 대한 독설 가득한 데뷔곡 '새', 양복에 민소매 셔츠 패션. '싸이'라는 예명처럼 그는 범상치 않게 가요계로 들어왔다. 이후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병역 기피 논란으로 사상 초유의 재입대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굴곡 많았던 '엽기가수' 싸이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두 번의 군대 생활과 여느 가수에 비해 이른 결혼, 건전가요에 가까울 정도의 희망찬 노래까지. 싸이는 이제 '엽기가수'가 아니라 '행복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가수가 됐다. 현재 김장훈과 합동 공연 '완타치'의 전국 투어를 펼치고 있는 싸이를 만났다. 싸이는 15일 앙코르 서울 공연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완타치' 공연은 완전히 '대박'이 났다.
-정말 꿈꿨던 대로의 컴백이다. 여건이 허락하면 전국투어로 컴백하고 싶었다. 전파나 유'무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관객들을 뵙고 컴백 인사를 하고 싶었다. 벌써 투어를 한 지 5개월 됐다. 투어를 통해 10만 명 넘게 직접 만난 것이다.
▶싸이라는 가수는 '올나잇 스탠드'라는 브랜드 공연을 갖고 있었다. 김장훈과 함께 투어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합동 공연은 김장훈과 아주 예전부터 생각했던 콘셉트다. 제대 직후 무대를 떠난 지가 오래돼서 무대 외의 다른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냥 무대에 서고 싶었기 때문에 무대 외에 다른 것은 장훈이 형이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량에 대한 100% 확신도 없었고, 신곡도 없이 팬들을 만나는 게 겸연쩍기도 했다.
▶공연에만 매진하다 보니 신곡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제대했는데 신보를 발표하지 않았다.
-써 놓은 곡이 50곡도 넘는다. 타이틀곡을 할 만한 센 곡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직 없다. 그런데 오늘 차를 타고 이동하다 생각이 난 게 있다. 춤과 노래가 다 생각이 났다. 생각한대로만 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노래는 '챔피언'이다. 그 이상의 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챔피언'은 어떤 관객들 앞에서도 호응이 좋다.
▶엽기가수 '싸이'였는데, 이제 바른말을 하는 건전 가수가 됐다. 심지어 '챔피언'의 '전경과 학생 서로 대립했었지만 나이는 같아, 고로 열광하고 싶은 마음 같아'라는 가사에서는 좌파적인 느낌까지 난다. '아버지'에서는 세상 모든 자식들의 죄책감을 표시했다. 왜 이렇게 싸이가 바뀌나. 데뷔곡 '새' 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다. 단지 그 시기에 충실한 것이다. 나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활동했다. 자연스러운 게 멋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때 당시에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화끈함'이 노래에 담긴 것이다.
데뷔곡 '새'는 주구장창 놀러 다닐 때 나온 노래다. 나이트클럽을 끊은 지 꽤 오래됐는데, 당시엔 얼마나 많이 나이트클럽에 갔냐 하면, 혹시 이거 아는지, 나이트클럽은 1년 중 현충일에 하루 쉰다. 그날이 안타까웠을 정도다.
시청 앞에서 공연을 할 때 '챔피언' 가사를 생각했다. 전경이 차도 쪽을 바라보고 길을 막아섰는데 뒤를 돌아보며 무대를 힐끔힐끔 보더라. 나를 움직인 것이 바로 그 그림이었다. 전경과 학생이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연예인'을 부를 때는 그때 내 상황이 그랬기 때문이다. 당시 내 인생에서 가장 화끈한 사건이 결혼과 청혼이었고, 그걸 노래한 것이다. 이승기가 부른 '내 여자라니까'는 우리 매형을 보고 썼다. 매형이 연하다.
이번엔 '새' 때의 감성을 갖고 노래를 써볼까 생각 중이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예전에 이랬지' 그런 얘기를 한다. 나에게도 그때로 돌아가는 노래가 필요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에 부를 노래는 나와 같이 늙어가는 내 또래들이 10년 전의 에너지를 얻었으면 하는 느낌으로 쓸 생각이다. 젊게 살자는 취지다.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좋다. 제대로 세상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다.
▶본인이 만든 노래 얘기를 좀 해보자. 싸이는 가수임과 동시에 작곡가이기도 하지 않나. 군에 두 번째 입대하며 김장훈에게 준 '소나기'가 밀었던 것에 비해서는 히트를 못 쳤다. 또 힘들게 컴백한 아이비의 신보 타이틀곡 '터치 미'(Touch Me)도 잘 되지 않았다.
-김장훈과 나는 1년에 200여회 무대에 선다. 그때마다 한 노래를 부르면 1천만 명 듣는 거다. '소나기'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봐라, 몇 년 후 '소나기'가 잘 되면 내 말 이해할 거다. 5년 안에 터트릴 거다.(웃음) 과거에 내 노래 '낙원'도 방송 홍보를 안 했는데 조금씩 알려져서 히트곡이 됐다.
'터치 미'의 실패는 사실 나에게 충격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흥행'을 가장 중시한다. 다른 가수들에게 준 노래는 다 잘 됐다. 작품자로서 변명을 하자면, 나는 춤과 노래를 다 잘할 수 있는 아이비가 발라드로 나오는 게 싫었다. 강도가 센 노래로 컴백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부진은 내 판단에 대한 깨우침을 줬다. 여담이지만 '터치 미'는 내가 부르려고 써 놓은 노래였다.
▶쌍둥이 아빠인데, 셋째 생각은 없나.
-없다. 아내가 아빠 없이 아이 둘을 혼자 키웠는데 또 낳고 싶겠나. 한번에 딸 둘 얻었으면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아들 낳았는데 나 같은 아이가 나오면…. 흠… 만만치 않다.
싸이는 예의 달변으로 질문에 술술 답했다. '행사계의 황제'답게 인터뷰가 끝난 후 행사장으로 향했다. 조만간 소주 한잔하며 못다한 얘기를 마저 하자는 얘기도 남겼다. 자신의 현재를 노래한다는 싸이가 40, 50세가 되어서는 어떤 노래를 하게 될지 기대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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