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꾸로 세워둔 고목에 가지마다 새싹 돋아 화제

영천 화남면 선천교 입구'''수령 150년 버들 14년째 자라

"장승을 깎으려고 거꾸로 세워둔 고목이 다시 살아나 복을 가지고 왔습니다."

영천 화남면 선천교 입구 매운탕집 앞마당에 거꾸로 선 아름드리 수양떡버들 고목에서 가지가 나와 14년째 자라며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어 화제다.

식당 주인 조수현(55)씨가 1997년 인근 마을 도로확장 공사 때 나온 수령 150여년의 고목을 조각하기 위해 옮겨와 거꾸로 세워둔 것으로, 밑둥치 둘레 2m50㎝ 고목의 세 가지 중 하나가 40㎝ 정도 길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땅에 묻었다고 한다. 이후 보름 만에 싹이 나자 조씨는 조각칼을 대는 대신 물을 주기 시작했다. 한밤에도 속옷 차림으로 물을 주는 조씨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당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대학교수는 고목에서 싹은 났지만 거꾸로 서 있기 때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이 나무엔 직경 15㎝의 가지 3개가 하늘로 쑥쑥 뻗어 나와 생생히 자라고 있으며 거꾸로 선 고목 밑바닥에서도 사방에 뿌리를 튼튼히 내렸다.

한때 나무 주위에 걸어 둔 새끼줄에 손님들이 돈을 꽂아둬 애 못 낳은 부인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요즘도 사람들이 찾아와 술을 치고 기도를 하지만 식당 주변의 청결을 위해 모두 치웠다. 거꾸로 선 채 잘 자라고 있는 고목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조씨 가게의 매출도 급격히 늘어났다.

조씨는 "가지마다 새싹이 돋고 꽃이 활짝 핀 고목의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부자가 된 것 같다"며 "고목에서 나온 가지를 아름드리 나무로 가꾸기 위해 더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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