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나라당의 오만,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대구 수성구청장과 충남 당진 군수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현 김형렬 수성구청장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고, 당진 군수는 공천을 했다가 비리 혐의가 드러나 공천을 철회한 바 있다.

두 곳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현직 자치단체장이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나라당이 두 곳 모두 공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을 때만 해도 고심 끝의 결정일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한나라당의 자성(自省)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며칠 만에 당진은 지역에서 공천 여론이 빗발치고, 충남 전체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천 결정을 했다고 했다.

수성구청장의 경우는 더 심하다.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최고위원회가 뒤집었다. 이어 중앙당 공심위가 무공천으로 처리하자 이를 최고위원회가 또 뒤집어 김형렬 현 구청장을 배제하고 재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시당은 지역 사정을 무시했다고 반발하고 있고, 최고위는 비리 혐의가 있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불과 열흘 만에 세 번이나 뒤집혔다. 쇼도 이런 쇼가 없는 셈이다.

이번 쇼의 배후에는 한나라당의 오만이 숨어 있다. 특히 대구는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판할 수 있는 유권자도 후보도 없다. 후보들은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다. 인재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며 한나라당에만 줄을 선다. 이 모습에 유권자들은 개탄을 하면서도 정작 투표 때는 한나라당을 지지한다. 중앙당이 이렇게 말 뒤집기를 수차례나 해도 자신만만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 행태는 유권자를 선거 때만 필요한 우민(愚民)으로 만든다. 이는 한나라당은 물론,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되풀이하는 것은 정치의 후진성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는 이미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어떻게 하든 한나라당 놀이터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유권자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하는 한나라당의 오만을 바로잡지 못하면 유권자와 대구시는 한나라당의 들러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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