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처럼 안동'탈'을 주제로 세계적인 공연 제작,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문화자문위원, 경북대 이장우 교수와 8년째 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금발은 너무해' 공연을 위해 대구에 머무르고 있는 PMC 송승환(53) 대표를 인터뷰하기로 한 뒤 '송승환이 대구경북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커피숍에서 만나 1시간가량 얘기하다 보니 연관성 여부를 떠나 대구경북의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내려졌다.
송 대표는 기자에게 "사물놀이를 응용한 '난타' 공연으로 지난 13년간 총매출액 1천억원을 올렸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탈이자 탈춤인 안동탈을 주제로 멋진 퍼포먼스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넌지시 알려줬다. 그의 두루뭉술한 설명에 따르면 안동탈을 주제로 한 이 기획 퍼포먼스는 양반탈·각시탈·하회탈 등 여러 종류의 탈과 탈춤 동작을 연구해 전 세계에 통할 공연을 만들어낸다는 전략.
탈 공연은 올 9월 안동에서 첫 선을 보인 뒤 11월 서울에서 공연 발표를 할 계획이다. 2011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이 퍼포먼스를 출품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그는 "매일신문이 주도적으로 보도를 해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까지 잊지 않았다.
◆5기로 나눠 본 53세 송승환의 일생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긴 만 53세의 송승환 PMC 대표의 인생을 본인과 상의 끝에 크게 5기로 구분해봤다. 1기는 1964년 아역 성우로 데뷔, 방송국에 발을 들여놓은 시기. KBS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웅변대회에서 1등을 한 것을 계기로 오후 5~6시 어린이 시간대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5년 KBS 아역배우로 데뷔해 똘똘이의 모험, 얄개전, 여로, 아씨 등에 출연했다. 특히 인기 드라마였던 '여로'에서 여주 감나무골 최주사집 외아들 영구(장욱제)의 아들 기웅 역할을 맡아 '송승환'이라는 아역 배우를 널리 알렸다.
2기는 연기의 내실을 다졌던 9년 동안의 '76극단' 단원 시절. 송 대표는 이 시기에 밑바닥에서 고생하면서 연기의 참맛을 알 수 있었으며, 어려움이 컸던 만큼 내적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3기는 방송MC로 이름을 날렸던 시기. 젊음의 행진, 가요톱10, 장학퀴즈, 한밤의 데이트 등 최고 인기 프로그램을 맡아 전달력이 뛰어난 MC로 유명세를 탔다. 이 와중에도 TV드라마나 영화, 연극에 꾸준히 출연해 왔지만 이렇다할 카운터 펀치는 날리지 못한 편.
4기는 1985년부터 88년까지 미국에서 공연과 연기에 대해 실전 공부를 한 시기.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를 다니다 2학년 때 중퇴한 송 대표는 미국 브로드웨이 등지에서 4년 동안 실전을 경험하고 배웠다. 이때 향후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한국의 문화산업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공연기획자로 변신하는데 밑거름이 된 시기다.
드디어 5기 인생. 난타 기획자 송승환의 등장이다. 그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난타'를 만들어낸 뒤, 대한민국의 문화 수출자로 우뚝 섰다. 호암아트홀에서 1997년 첫 선을 보인 '난타'는 국내 최장기 공연, 국내 최다 관객 동원, 세계 최초의 단일도시 2개 이상의 전용관 확보, 창작공연 최초의 '플레이빌'(브로드웨이의 공연 안내 팸플릿) 게재 등의 기록을 남겼다. 1999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가를 계기로 지금까지 세계 20여개국에서 총 3천500여회 공연을 가졌다.
◆송승환의 '이 또한 지나가리니'
송 대표에게 실패란 없다. 그 과정을 즐기고 행복해하기 때문. 그는 스스로 긍정의 힘을 믿는 대한민국 대표주자라고 자평한다. 공연이 너무 잘 돼 기뻐서 펄쩍펄쩍 뛸 때도, 일이 힘들고 어려워 지쳐 쓰러질 때도 솔로몬 왕자가 부왕 다윗의 명을 받아 반지에 새긴 구절 '이 또한 지나가리니'를 마음에 새긴다.
'난타'의 성공 역시 이런 마인드 위에 꽃피울 수 있었다. 유학 아닌 유학, 미국에서 4년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을 통해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타악, 넌버벌 퍼포먼스를 기획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 송 대표는 역발상적 도전으로 이 공연을 만들어냈고, 13년 만에 1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문화아이콘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난타'와 '도깨비 스톰' 등 다른 타악 공연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사물놀이를 응용해 만든 것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70%를 넘으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타악으로 한층 더 즐거우며 ▷지난 13년간 전 세계에서 공연된 검증된 공연이라고 답했다.
2004년 46억여원의 공연 개런티를 받고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난타' 공연에는 재미있는 통계가 붙어 있다. 공연기간 1년 동안 오이 1만4천여개, 당근 6천400여개, 양배추 5만3천여개, 양파 3천200여개, 칼 1천100여자루, 도마 120여개가 사용됐다. 지난 13년 동안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채소가 희생(?)을 감수해야 했을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임을 보여준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급속한 경제적 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문화 콘텐츠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두드리는 문화 수출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런 마인드를 바탕으로 송 대표는 지난 8년 동안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경북대 이장우 문화산업연구소장과 함께 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문화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세미나, 포럼 등을 이끌어오고 있다.
한편 송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를 졸업(2학년 때 중퇴했으나 학교에서 명예 졸업장 수여)한 뒤 영화배우 겸 탤런트, MC로 활약하다 13년 전부터 공연기획자로 변신했다. 명지대 영화뮤지컬학과 부교수이기도 하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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