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감 자국이 빚어낸 역동적인 흔적들…유주희 작품전

대구에는 유독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 현대 미술을 하는 여성 작가가 드물다. 31일까지 한기숙갤러리에서 열리는 유주희 전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작가는 다양한 폭의 스퀴지(고무롤러 또는 인쇄판에 묻은 기름기나 물기를 닦아내는 물건)에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듬뿍 바른 후 끌어당긴다. 짧고 강렬한 그 선들은 물감이 묘하게 혼합되면서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작품은 얼음의 결정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는 오로지 미술이라 하면 구상밖에 없었어요. 사물 재현이 전부였던 시대의 교육을 받아왔지만 이후 소개된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들을 보며 흥미를 느꼈어요. 우리 세대는 우리가 받았던 교육의 틀과 결혼과 육아로 인한 단절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작가는 틀을 깨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과 같은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단 몇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가 집약된다. 물감 자국이 중첩되면서 입체적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흑백을 주로 사용하다가 이번 전시에는 노랑, 푸른색 등 다양한 색감을 도입했다. 053)422-556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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