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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달빛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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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봄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시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선조들이 아이즈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마구치현 출신인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벌써 100년도 훨씬 지난 19세기 말에 벌어진 비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메이지 유신 무렵 친막부 세력인 아이즈번과 근왕파인 사쓰마(가고시마)'죠슈(야마구치)번은 서로 충돌했다. 1868년 아이즈번이 도바'후시미 전투와 보신(戊辰) 전쟁에서 잇따라 패해 아이즈와카마쓰성이 함락되고 아이즈번의 영지는 몰수됐다. 패전의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즈번 무사들은 홋카이도 등 타지로 강제 이주되는 굴욕을 당했고 메이지 신정부에서 아이즈번 출신은 철저히 차별을 받았다.

이로 인해 아이즈와카마쓰 사람들은 아직도 가고시마'야마구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어른들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지역감정이 대물림한 것이다. 심지어 1988년 보신전쟁 120주년을 맞아 야마구치현 하기(萩)시가 아이즈와카마쓰시에 자매결연을 제의했지만 아이즈 주민 설문조사에서 "아직 보신전쟁의 원한을 잊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두 지역의 반목은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감정 사례로 꼽힌다.

우리도 영호남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군사정권 이후 정치권에 의한 영호남 지역감정 조장과 5'18 비극이 중첩되면서 큰 감정의 골이 만들어졌다. 돌이켜보면 사실 양 지역민이 원수 대하듯 할 이유는 없다. 영호남 감정은 왜곡된 정치 선동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5'18의 비극과 그에 대한 어두운 기억으로 인해 더욱 견고해진 탓도 있다.

반면 대구와 광주가 최근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달빛동맹'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협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초광역개발권 내륙특화벨트 구축, R&D특구 지정, 미래 핵심산업 분야 등에서 두 도시가 손을 맞잡고 함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오늘로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다.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과 슬픔이 세월이 흘러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달빛동맹이 영호남 화합의 씨앗에 물을 주고 싹을 틔우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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