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예천 등 무소속 벨트 강세, 곳곳 이상 기류

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바람의 강도는 북부 지역이 더 세다. 문경과 예천, 영주와 봉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진단이고 안동과 울진도 그 영향권 안에 있다는 분석이다. 거기에 무공천 지역인 영양마저도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이야기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북부 지역처럼 무소속 벨트까지는 아니지만 국지적으로 혼전 지역이 나타난다. 고령과 칠곡에 경산과 경주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유력한 무소속의 창궐은 지방정치의 다양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경= 이한성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무소속 신현국 문경시장 후보의 갈등 관계가 문경시장 선거의 키포인트다. 문경 시민들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이로 인한 문경 지역의 갈등과 반목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현호 후보는 여론에서 앞서가는 신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그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곳을 전략지역으로 선정, 당의 주요 행사를 빠짐없이 치르고 주요 지원 인사들도 우선 배치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 물론 신 후보는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오히려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지지층이 더 두터워졌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임병하·고재만 후보가 가세하고 있다. 임 후보는 "끝까지 정정당당하고 후회 없는 선거전을 펼치겠다"며 "문경의 지도층 인사들이 다툼과 갈등으로 시민을 분열시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공명선거를 통해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고 후보는 지역 갈등의 뿌리를 이번 선거를 통해 제거하자며 '정치권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영주·봉화= 같은 생활권인 영주와 봉화는 현역 단체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영주에서는 한나라당 장욱현 후보와 무소속 김주영 후보의 싸움이다. 장 후보는 한나라당 간판 장윤석 국회의원의 지원을 업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프리미엄과 '반 장윤석'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봉화 역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박노욱 후보가 농민대표임을 내세우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프리미엄이 10% 이상이라고 계산한다면 한나라당 공천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인 자신이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의원과 군수까지 합쳐서 20년 가까이 이름을 알린 무소속의 엄태항 후보 역시 만만치 않다. 엄 후보는 17일 봉화읍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이날 개소식에는 정동호 전 안동시장, 김진영 전 국회의원(전 영주시장), 전동호 전 경상북도 도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엄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 탈락 과정에 대해 "공천을 받아 쉽게 선거를 해 보려 했지만 자신과 선거에서 척진 인사들이 국회의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사천을 하도록 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고령·칠곡= 이인기 국회의원의 지역구다. 고령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의 이태근 군수가 당선된 곳이다. 이번에도 이 군수가 지원하는 정재수 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곽용환 후보와 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 뒤에는 이인기 3선 국회의원과 이태근 3선 군수가 버티고 있다.

칠곡은 이인기 의원으로서는 잃을 수 없는 핵심지역이다. 그 때문에 전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총선에서 한 선거구인 성주와 고령 인구를 모두 합해도 칠곡보다 적을 정도로 국회의원 배지 확보 여부를 좌우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곳 선거의 결과는 불투명하다. 여론조사 1, 2위를 한 장세호, 배상도 후보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한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은 김경포 후보에게 돌아갔다. 한나라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거 양상은 무소속 후보들의 뒤를 한나라당 후보가 맹렬히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김 후보는 칠곡이 한나라당 세가 전국 최고인 대구와 인접해 있어 대구의 한나라당 바람이 칠곡에도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산= 최경환 국회의원과 무소속 최병국 경산시장 후보의 불협화음이 경산시장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최 의원은 최 시장을 일찌감치 공천 대상에서 배제했고 최 시장도 이에 대비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 왔다. 한나라당 공천은 이우경 전 도의원에게 돌아갔다.

최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윤영조 전 경산시장보다 이 후보가 더 상대하기 수월하다고 판단한다. 한나라당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경북도내 무소속 출마 현역 단체장들과 17일 무소속연대를 결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15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선거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17일에는 경산시청 민원실을 찾아 시민을 크게 섬기겠다는 약속으로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한 뒤 "시장에 당선되면 시정의 주요 계획 수립이나 결정 등 정책적인 사항에만 전념하고, 인사·조직운영 등 일반 행정사무는 부서별 책임자에게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후보를 향해 "두번이나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가 배신하는 행태를 반복한 최 후보가 이번에 공천을 못받게 되자 또다시 친정인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에게는 한나라당과 윤영조 전 경산시장이 천군만마다. 윤 전 시장은 공천 탈락의 후유증을 털고 이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선 상태다.

정치부·사회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