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 이야기] 데뷔 25주년 맞은 발라드의 황제 이승철

이승철(44)이 돌아왔다.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앨범 '너에게 물들어 간다'와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의 초대형 공연 '오케스트락', 이 두 가지 선물을 들고서.

신보 '너에게 물들어 간다'에는 신곡 3곡과 이승철의 히트곡을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노래 7곡 등 총 10곡의 트랙이 담겼다. 앨범 제목과 같은 타이틀곡 '너에게 물들어 간다'는 신예 작곡가 최용찬이 작사, 작곡한 노래. 경쾌한 멜로디와 가사가 이승철의 요즘 모습과 비슷하다. 이 노래 뮤직비디오에는 이승철 본인과 함께 그룹 'S.E.S' 출신 가수 유진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이승철이 직접 유진에게 전화를 해 출연이 성사됐다.

"새로운 느낌의 노래죠. '너에게 물들어 간다'는 제목이 마음이 들었고, 내 노래답지 않은 스타일이 좋았습니다. 발라드이면서도 리드미컬한 느낌이 콘서트의 엔딩 무대에 써도 좋을 듯했죠."

'라이브의 황제'의 앨범답게 리메이크를 한 가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앞서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했던 그룹 '소녀시대'가 이 노래를 다른 느낌으로 다시 불렀다. 김태우와 래퍼 앙리가 '희야', 여가수 아이비가 '긴 하루', 김범수가 '떠나지마'를 불렀다. 박진영은 특유의 R&B 창법으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새롭게 해석해냈고 이승철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황제 밴드'는 '방황'을 강렬한 사운드로 만들어냈다.

"소녀시대는 내 새끼와도 같은 후배입니다. 김태우, 박진영, 김범수 등도 모두 개인적으로 친한 후배들이고요. 아이비는 노래도 잘하고 섹시하기도 하고, 제가 최고로 치는 여가수입니다."

음반에는 클래식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신세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참여해 눈길을 모은다. 김정원은 각종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세계 최초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을 초연한 실력파 피아니스트다. 김정원은 '마지막 콘서트'를 피아노곡으로 연주해 음반에 참여했다. 이승철은 "이 정도 실력 있는 음악가가 음반에 참여해 준 것은 영광"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음반에 수록된 리메이크곡은 가창자인 후배 가수가 직접 고른 것이다. 이승철은 이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곡을 소화하고 불러주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녹음실에도 가보지 않았다. 물론 후배들은 돈도 받지 않았다.

"후배들이 너무 잘 소화를 해 줬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내 노래를 후배들이 많이 불러줬으면 해요. 그래야 더 생명력을 얻게 되니까요."

3주의 짧은 시간에 음반을 만들었지만 내용물은 매우 알차다. 이승철의 히트곡이 주는 무게감이다. 여기에 3곡의 신곡이 더해지면서 묘한 앙상블이 만들어졌다.

"제 노래 가운데 히트한 노래들은 모두 힘을 빼고 부른 노래들이죠. '소녀시대' '오직 너뿐인 나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노래는 작곡에서 녹음까지 총 3일여가 걸렸어요. 힘을 안 들인 노래들이 잘 어울린 이번 음반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이승철은 신보와 함께 통 큰 공연 '오케스트락'으로 팬들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6월 5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제작비만 40억원이 들었고, 200명의 스태프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경기장에 가로로 마련되는 무대는 길이가 80m에 이른다. 이 무대에 이승철과 함께 12명의 밴드, 6명의 코러스, 4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오른다. 3D 영상과 야마카시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음악과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장의 스케일이 커서 멘트보다 퍼포먼스 위주로 꾸미려고 합니다. 공연에는 음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와 함께하는 음향팀은 국내 최고입니다.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공연이 될 겁니다."

'발라드의 황제' 이승철은 만 19세의 나이이던 1985년 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했다. 그에게 '부활'의 의미를 물었다.

"내가 솔로 가수로 데뷔를 했으면 음악적 한계에 더 빨리 이르렀을 겁니다. 그냥 보통의 가수로 활동하다 묻혔겠지요. 부활 활동을 통해 음악적인 양분과 깊이를 얻었어요. 방송 정지를 당하는 등 어려운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부활 시절 덕분이죠."

이승철은 25년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그에게 가장 힘든 순간을 물었다.

"'소리쳐'가 영국가수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였습니다. 가수가 돈만 벌기 위해 노래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좋은 노래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큰데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무대에서 내려가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승철은 그러나 '소리쳐'의 표절 논란도 잘 헤쳐 나왔다. 작곡자인 홍진영이 직접 영국에 표절 여부를 문의했고, 결국 공동 작곡으로 표기해 계속 활동할 수 있었다. '소리쳐'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홍진영씨는 공동 작곡으로 표기하게 된 것을 억울해 하지만 결국 잘 대처해서 곡을 살리게 됐고, 많은 사랑을 받았죠. 표절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되는 숙제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대처를 잘 해야 해요."

데뷔 후 25년 동안 그는 22장의 앨범을 냈고 200곡 이상의 노래를 발표했다. 이승철은 "인간적으로 덜 성숙돼 있을 때 데뷔를 해 가수 생활에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도 "잘못한 일보다는 잘한 일이 많은 것 같다"고 25년을 돌아봤다.

"별 생각이 없다가도 막상 감회를 물으면 '이제 25주년이 됐구나' 싶습니다. 못한 것보다 잘한 게 많은 것 같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죠. 공연이 끝날 때마다 가수가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나이 칠십을 먹어서도 프랭크 시내트라처럼 후배들과 듀엣곡을 부르고 싶어요. 나중에 조그만 흉상 하나만 만들어졌으면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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