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은 짐작대로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의 결론이다. 북한 어뢰라는 확실한 물증도 제시됐다. 조사단은 "우리 쌍끌이 어선이 사고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추진장치가 북한의 수출용 무기 안내 책자에 나온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프로펠러와 구동축 사이에 적힌 '1번'이라는 한글도 어뢰가 누구 것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조사단의 발표에 북한은 득달같이 "천안함 사건은 남조선의 날조극이며 그 어떤 보복과 제재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생떼부터 썼다.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며 도무지 씨알도 먹히지 않는 헛소리를 했다. 범죄자가 검열이라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이 나왔으면 범행을 자백하고 사죄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검열 운운하며 수작 부리는 것은 도둑이 매를 들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립국이자 북한과 수교국인 스웨덴 조사단원들마저 모든 조사 결과에 동의하고 서명했다. 이 정도의 객관성과 신뢰성도 모자란다면 차라리 '천안함 사태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 백배 낫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21일 성명을 통해 "괴뢰패당이 대응과 보복으로 나오는 경우 남북관계 전면 폐쇄,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 파기, 남북 협력사업 전면 철폐 등 무자비한 징벌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헛소리를 해댔다. 자신들의 도발은 철저히 부정하고 되레 피해자에게 협박이나 해대는 꼴이라니 말이 되는가. 이러고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이름을 걸고 있으니 그들이 주장하는 평화통일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신 못 차리기는 야권과 일부 진보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20일 "중국, 러시아 등이 포함된 유엔진상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검증한다면 신빙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고 북한도 납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재조사를 주장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대통령이 참혹한 패전의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꼬리를 돌렸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이런 발언들이 과연 한국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객관적 물증이 나와도 못 믿겠다는 건 아예 눈 감고 귀 막겠다는 소리인데 왜 입은 안 닫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니 '좌파 종북세력' '노동당 2중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야권은 그동안 문제 제기라는 미명하에 온갖 소설 같은 '설'들을 확산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데 앞장섰다. 천안함 사태 초기 대한민국이 적의 공격에 파탄이 났는데도 조사는커녕 책임자 처벌부터 따지고 나왔다. 이번에 과학적이고 신뢰도 높은 조사 결과가 나와도 비난의 화살을 되레 정부에 돌리는 것은 천안함 사태를 북풍이니 뭐니 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임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정부와 군 당국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엄하게 묻고 조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반민족적 도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야권은 범죄자 처리에 힘을 보탤 생각은 않고 연일 피해자를 비난하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으니 아무리 앞뒤를 못 가려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부와 군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책임을 묻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안보 정세는 물론 우리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는 물론 자위권 선포, 대북 경제협력 제한 등 가능한 모든 실질적인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반인륜적인 무모한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와 쓰라린 고통이 뒤따른다는 점을 확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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