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에 담은 대구의 공간과 시간

김태준 작품전…의미있는 장소, 사진촬영 후 생물체 넣어 그래픽화

▲김태준 작
▲김태준 작 '어머님의 기도-건들바위'

대구백화점 광장에 괴생물체가 나타났다. 얇고 투명한 유리막 안에 있는 그 생명체는 시내 한복판에서 어느 골목으로든 뛰어들어갈 것만 같은 포즈로 공중에 떠 있다. 그 생명체는 시조새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기괴한 이미지다. 부유하는 그 유리관 때문에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 전혀 낯선 풍경으로 변한다.

다행히,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김태준 작가의 작품 속이다. 작가의 '타임캡슐' 시리즈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우리 주변의 의미있는 공간을 사진으로 찍은 후 그 위에 삼차원 입체로 나타난 투명한 용기 속에 생물체를 넣는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한다. 사진을 찍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캡슐에 담는 것이다.

"시간 속으로 날아간다는 상징성 때문에 이 생물체가 새와 비슷해요. 사진 찍은 당시 그 장소와 시간을 상징하는 동작을 연출해 타임캡슐 안에 넣는 거죠."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대구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가 택한 대구의 공간은 대구백화점 광장과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 노천강당, 건들바위, 고모역, 그리고 미군부대다. 그 공간들이 가지는 역사성과 의미를 사진작업과 함께 타임캡슐을 통해 드러낸다. 건들바위 앞 생물체는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하는 형상으로 타임캡슐 속에 들어있다. 대구 야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7, 8개의 다양한 생물체가 등장해 밤 하늘에서 색색의 형상으로 춤을 춘다. 그들로 인해 대구의 의미와 풍경이 뒤틀려보인다.

작가가 가장 흥미롭게 본 곳은 미군부대. "시내 한복판에 미군부대가 있는 모습이 색달랐어요. 미국에 대한 반감과 그들의 도움을 표현했죠." 단순히 조형언어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맥락에서 그 장소를 해석한다. 역사와 정치, 사회적 해석이 녹아있는 것이다.

윤규홍 아트 디렉터는 "역사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사회과학이 제시한 문제의식과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특수효과를 결합시킨 독특한 작업"이라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조형화한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갤러리 분도에서 26일까지 열린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