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변고야."
여대생 L씨 납치·살해 사건의 현장검증이 있은 1일 오전 10시 경남 거창군 거창읍 양평리 당동마을은 갑작스러운 외지인들의 방문에 술렁였다.
산행객들이 자주 찾는 '금귀산'으로 잘 알려진 이 마을이 여대생의 살해 장소로 알려지자 주민들은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피의자 K(25)씨가 이 마을을 살해 장소로 선택한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한적한 곳을 선택하다보니 이곳에 이르렀다는 것이 경찰과 피의자의 설명이었다.
현장검증에 나온 K씨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대구 성서경찰서 20여명의 형사들이 그의 주위에서 세심하게 범행 재연을 지켜봤다. 그러나 유족들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딸, 조카, 여자친구를 살해한 과정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K씨가 경찰서를 나설 때부터 유족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9시 검정색 티셔츠에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은 채 나선 K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승합차에 올라타자 "우리 딸 살려내, 넌 왜 살아있냐"며 울부짖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A(26·여)씨의 남자친구가 호송 차량 문을 여는 등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K씨가 A씨를 살해한 당동마을을 거쳐 시신을 버린 88고속도로 거창톨게이트 대구방면 10km 지점에서도 현장검증에 나섰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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