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겨냥해 학습효과를 강조하는 만화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수학, 천자문, 과학, 역사, 사회, 지리, 스포츠, 경제, 문화예술분야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과와 관련한 내용이라면 모두 만화로 된 책이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책들은 만화로 돼 있다는 점에서 어린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교과서 연계' '초등 교과서 중심' '학습만화' 등의 수식어를 붙인 덕분에 부모들을 안심하게 한다.
"학습만화니까 공부에도 도움이 되겠죠."
만화책에 거부감을 느끼던 부모들도 자녀들이 좋아하는 만화책이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 별 거부감 없이 책을 사준다. 그것도 교과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 더욱 안심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와 함께 대형마트 등을 찾는 아이들 중에는 거의 매주 학습만화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소선(대구시 북구) 씨의 경우 "주말마다 일주일치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 마트에 가는데, 갈 때마다 아이에게 한두 권씩 만화책을 사준다"고 말한다.
이런 까닭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집의 책꽂이에는 적어도 한두 권에서 많게는 수백 권씩 만화책이 꽂혀 있다. 아이들은 만화에 끌리고, 학부모들은 '학습'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습만화는 실제로 초등학생들의 학습에 효과가 있을까?
"컴퓨터와 TV에 푹 빠져 지내느라 책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예 책을 읽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라면 만화책으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교사, 논술지도사 등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만화책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4, 5학년 이상 된 학생들에게 학습만화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많다.
경명여고 한준희 교사는 "문자로만 된 책에 익숙해져야 할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만화책에 빠져 지내는 것은 옳지 않다. 고학년이 되면서 책 읽기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만화책에 빠져 지내니 문자만으로 씌어진 책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꼭 봐야 할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만화책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지식과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컨대 만화책은 '계백장군이 신라 군사 수백 명을 단칼에 휙 베어버렸다'면서 단 두 컷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계백장군이 신라 군사와 대적해서 싸우는 장면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갖가지 상황이 모두 사라지고, '휙' 한 장면만 남는 것이다. 만화책을 읽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학생 글쓰기와 책 쓰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대구시 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만화로 된 책은 긴 글 학습교과서에 들어가기 전 단계인 개념 파악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학습 만화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학습만화 '과학1'을 읽었다면 반드시 긴 글로 된 '과학1'을 이어서 읽어야 한다. 긴 글을 읽지 않으면 우선 정보량에서 확연하게 밀리기 마련이다.
또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긴 글로 된 책에 익숙해져야 한다. 긴 글을 읽지 않으면 문자를 읽는 능력을 키울 수 없고 이는 결국 어휘력, 사고력, 표현력 저하로 이어진다. 학교 공부뿐만이 아니라 성인이 된 뒤에도 교양과 지식이 낮아지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또 문자로만 된 책은 여백이 있어서 독자에게 생각할 기회와 의무를 주지만 그림으로 된 책은 독자가 상상해야 할 부분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사고력을 키우는데 맹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학년이 된 뒤에도 만화책만 끼고 지낼 경우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부모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자녀들에게 학습만화를 줄이고 긴 글로 된 책을 읽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자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긴 글에 익숙해져야 한다" 며 "만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독서가가 될 수 없고, 이는 결국 깊이 있고 풍요로운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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