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오를 수 없었던 구미 금오산 정상 현월봉이 58년 만에 시도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에 걸쳐 명산으로 꼽히는 금오산 정상이 개방된다는 소식에 구미 시민들은 물론 대구경북인 모두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구미시는 23일 올해 하반기 안으로 미군 측과 금오산 정상 현월봉(해발 976m)에 설치된 미군 통신기지 반환 협정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달 말 미군과 협정을 체결하려 했으나 미군 측 사정으로 협정 체결을 7월 이후로 미뤘다는 것. 미군 측은 26일 금오산 정상에 대한 현황 측량을 할 계획이며 국방부는 미군 측과 협정 초안을 협의 중이다.
시는 반환 협정이 체결되면 각종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미군 통신기지 일부를 철거하고 금오산 정상을 자연친화적으로 단장해 등산객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금오산 정상 2만2천585㎡ 부지에 초소와 헬기장 등으로 구성된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서면서 철조망을 설치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아왔다.
이 때문에 금오산 등산객들은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채 정상 10여m 아래까지만 오른 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미군 통신기지는 1991년부터 무인(無人)시설로 전환돼 방치되면서 그동안 구미시민 및 단체들은 금오산 정상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2003년부터 6차례에 걸쳐 미군 측과 통신기지 반환을 위한 협상을 벌인 끝에 금오산 정상을 포함한 부지 1천618㎡를 돌려받는 데 합의를 했다. 시는 반환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 건물 3동과 철조망 등을 철거, 주변 정비작업을 거쳐 등산객들에게 정상을 개방할 계획이다. 구미시 김만호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장은 "올해 안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 상반기쯤엔 시민들이 금오산 정상을 오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오산 정상 반환 및 개방 소식에 구미 시민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다. 구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근래 사무국장은 "미군 통신기지가 무인기지화된 후 관리가 안 돼 정상 주변 환경이 엉망이어서 2003년부터 정상 반환 운동을 펴온 터라 반환 소식이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구미시 산악연맹 이상호 전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금오산을 즐겨 찾았지만 정상을 밟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며 "구미의 1만5천여 명 산악연맹 회원들과 함께 금오산 정상 반환을 환영한다"고 했다. 또 "금오산 정상 개방은 금오산의 기(氣)를 되찾는 것이며 상징적으로도 대구경북에 의미가 크다"며 "신년 해맞이 행사를 금오산 정상에서 갖기로 하는 등 금오산 정상 반환 소식을 전국의 산악인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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