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다른 세력 아닌 '지역 어른' 역할 기대"

퇴임한 시장·군수들 뭘하고 있나

6·2지방선거 이후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10개 시·군 단체장이 퇴임했다. 퇴임 한 달여를 맞아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 동안 시·군 행정을 이끌어 온 이들 단체장의 근황과 소회를 들어봤다. 일부는 퇴임 후에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벌이고 있고, 일부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들 전직 단체장이 또 다른 '세력'으로보다는 지역의 '큰 어른'으로 역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휘동 전 안동시장

퇴임 후에도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재임시절 쌓은 인맥과 활동력이 퇴임 후에도 그를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활동을 비롯해 특강과 토론, 간담회 등 전국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김 전 시장은 퇴임과 함께 곧바로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연수원 특강을 비롯해 '지자체 재정진단'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주제로 한 간담회, 토론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퇴임 1개월을 지나면서 자신의 별명을 딴 '안동 포(包?, 布?) 김휘동의 블로그'를 열었다.

김 전 시장은 후임 단체장과 관련, "지역사회의 역동성과 안동시의 브랜드파워를 키워줄 수 있는 사업에 시장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와 공무원들이 충심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승 전 경주시장

퇴임 직후 경주시 서부동 명사마을 자택으로 돌아간 뒤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지난 6월 서면 화장장 시위 당시 한 주민이 던진 얼음물병에 눈을 맞아 외출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현 시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백 전 시장은 "각막이 손상됐지만 여름에 치료하면 좋지 않다는 의사의 권고로 모든 걸 잊고 무아지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눈이 아파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지 못하고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전 시장은 현 시장에 대해 "3대 국책사업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잘 성취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나타낸 뒤 "행정부 고위직을 지냈기 때문에 주위의 이야기를 참고로 스스로 판단해 일을 잘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정백 전 상주시장

요즘 마음 비우기에 열중이다. 할 일은 많지만 올해 말까지는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건강을 챙기고 첫 출발 때처럼 마음을 비우는 등 자신을 재정비하는 기간으로 잡았다.

퇴임 이후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제주도, 욕지도, 대마도 등 국내외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은 오전 5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새벽 등산으로 건강을 챙긴다. 고향인 이안면 집 뒷산을 즐겨 오른다. 오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지인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소일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평소 여행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여러 곳을 둘러보니 좋았고, 뒤늦게 지인들을 만나는 등 주변을 둘러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백지화한 시민대종과 이야기 축제 등에 대해 "내가 한 것이 아니고 시민들이 하자고 한것"이라며 다소 서운함을 표시한 뒤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시정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현 시장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배상도 전 칠곡군수

평범한 군민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왜관읍에 아파트를 마련해 부인과 함께 지내고 있는 배 전 군수는 "민선군수 8년을 포함해 45년의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서민으로 돌아온 공허감을 어떻게 달래고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군수로 재직할 때나 지금이나 주민을 위해 온몸으로 봉사하고 산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련도 여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흔이 넘은 고령에도 비교적 건강을 자랑하고 있고, 지인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틈나면 부인과 산보를 하거나 가벼운 등산을 하며 소일하고 있다.

배 전 군수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공직자로 바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와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태근 전 고령군수

이 전 군수는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군수는 "오랫동안 던져놓은 사업을 챙기고, 가족과 친구, 주민들을 만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특별한 것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앙의 인사들을 만나거나 강연을 하는 등 외부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만간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막내딸과 손자를 보기 위해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군수는 현 군수에 대해 "부담이 되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서도 "큰 틀을 만들어 놓았으니, 잘 점검해 계획대로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창우 전 성주군수

퇴임 후 산책과 주말 등산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등 조용히 휴식을 하고 있다. 이 전 군수는 "이웃, 친구 등 계모임에도 나가 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군수는 자신의 재임 중 추진했던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면서 후임 군수가 성주 발전에 전력을 기울여줄 것으로 바랐다.

그는 후임 단체장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운을 뗀 뒤 "일반산업단지, 성주호 개발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군정을 잘 이끌어 성주를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언 전 군위군수

민선 군수 1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박 전 군수는 최근 군위읍 무성리에 일반 주택(100㎡)를 구입한 뒤 리모델링해 살고 있다. 박 전 군수는 퇴임 이후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새로 구입한 집 주변 텃밭을 가꾸면서 소일하고 있다. 박 전 군수는 후임 군수에 대해서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말을 아꼈다.

박 전 군수는 "퇴임 후 군위에서 살기 위해 주택을 구입했으며, 텃밭에서 고추 등 채소를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또 '현 군수에 대해 특별히 할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으니까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수남 전 예천군수

김 전 군수는 퇴임 이후 예천을 떠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조용한 생활을 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가족들과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곳에 할애하고 있다. 특히 한국중고양궁협회장 등 모든 공·사적인 직책에서 물러나 철저한 야인(野人)생활을 하고 있는 것.

김 전 군수는 재임 기간 중에 만들어 놓은 예천골프연습장에 나가 매일 3시간여 동안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또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고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며 퇴임 후를 보내고 있다.

◆엄태항 전 봉화군수

자신의 주변을 되돌아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부부 약사인 엄 전 군수는 부인에게 약국을 맡긴 채 그동안 소홀히해왔던 객지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엄 전 군수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소홀했던 객지 친구들과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도 풀고 가 보지 못한 곳도 찾아다닌다"며 "틈틈이 책도 읽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직생활을 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마지막 남은 인생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후임자가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가 된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했다.

현 군수에 대해서는 "지역 여건이 어렵지만 봉화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그동안 군이 추진해오던 수목원 등 국책사업과 지역 축제 등을 연속사업으로 잘 추진해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또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며 "주민갈등이 군정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을 위해 나서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김용수 전 울진군수

김 전 군수는 퇴임 후 아들이 경영하던 수산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회사일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영쇄신을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고, 회사업무 외 시간에는 지인을 만나 술자리를 하거나 운동 등을 하며 지냈다. 이달 10일에는 한 달 일정으로 친척들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다음달 9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군수는 지인들에게 "나이도 있고 해서 선거에 대한 미련은 없다"며 "현 군수가 사람과 지역을 통합하는 지혜로운 선정을 베풀길 기대한다"고 말해왔다. 또 친환경농업엑스포와 특화대학원 유치 등을 통한 인재양성, 해양도시로서의 성장기반 구축 등 민선 4기 때 추진한 것이 민선 5기에도 영속성을 갖기를 기대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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