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는 까까머리로 깎았네. 얼굴이 훤~한데." "어, 나는 스포츠형으로 깎았어. 얼굴이 확~살아나는걸."
7일 오전 경산시 중증장애시설인 성락원. 중증장애 아이들은 몸도 가누기 힘들어하면서도 머리를 깎고 난 후 거울을 보면서 서로 자신의 머리가 더 멋있게 됐다며 아옹다옹 떠들었다.
한국이용사회 대구시 중구지회(회장 이선희'66) 중이봉사부 소속 이선희 회장을 비롯한 최갑수(66)'배덕홍(62) 씨 등 이용사 회원 13명이 매달 첫째 화요일인 이날 성락원을 방문해 7년째 중증장애아들에게 사랑의 가위손 봉사를 펼친 것.
"태풍이 대구에 접근한다는 소식에도 가족과 같은 중증장애아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잖아요. 아이들이 가위손 봉사아저씨들이 올 거라고 손꼽아 기다릴 텐데요. 그래서 곧바로 달려갔지요."
이날 봉사회원들이 성락원에 도착하자 움직이기 힘든데도 몇몇 장애아들이 정문으로 나와 봉사회원들을 반겼고 봉사회원들도 아이들과 포옹하며 정을 나누었다.
성락원에 있는 중증장애아들은 70여 명. 대부분 10대, 20대다. 봉사대원들은 지정된 7개의 방에 나누어 봉사를 했다. 요즘은 날씨가 무덥지만 이발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날릴까봐 선풍기도 못 켰다. 봉사대원들은 아이들 머리를 모두 깎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깎아주지 않았다고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7년 동안 만나면서 회원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을 훤히 알고 있어요. 아이들이 말을 안 해도 척척 알아서 깎아줘요."
강조자(71) 성락원 원장은 "7년 동안 이용봉사 회원들이 매달 한 번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왔다. 혹시 피해를 줄까봐 점심 한끼라도 안 먹고 간다. 가위손 봉사아저씨들이 있어 우리 성락원 아이들의 마음만은 달덩이처럼 늘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구 중구이용사회는 현재 회원이 120여 명. 봉사정신만은 대구 이용업계에서 소문날 정도로 열정적이다. 성락원 이외에도 대구 동구 대불복지관과 중구 외국인근로자회관 등에서도 사랑의 가위손 봉사를 자주 펼친다. 또 매년 한 차례 한의사회'미용사회와 함께 경로당을 찾아 연합봉사를 한다고 했다.
"스님도 제머리는 못 깎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용소가 갈수록 영세해져 지회 이용사 30% 정도가 혼자서 이용소를 운영해요. 그러다보니 우리 봉사회원들이 찾아가 이용사 머리를 깎아주기도 해요."
대한이용사회 대구시 협의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대구는 전국에서 기능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라며 4명의 명장 가운데 2명이 대구에 있다고 자랑했다. 이 회장도 2008년 이용기능장 시험에서 최고령 합격과 함께 필기'실기시험을 한꺼번에 통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거울 앞에 서서 일하는 인생은 자신을 속일 수 없습니다. 항상 정직한 마음으로 고객들의 머리를 깎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산에서 태어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17세때 이용소에 첫발을 내디딘 이 회장은 이용사 인생이 5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이발기술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수공으로 하는 일 중에서 최장수업이라고 자부하며 가위손 인생을 살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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