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도 채용비리…자기식구 감싸기 '쉬쉬'

자녀 특채 밝혀져도 전보·경고조치 그쳐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별채용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사회지도층들의 자녀 채용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대학교에서도 행정 고위직 자녀 채용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경북대 전임 총무과장 J씨는 지난해 7월 조교 한 명이 퇴직해 빈 자리가 생겼지만 충원 공고도 없이 둘째 아들을 그 자리에 채용했다는 의혹 등으로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J씨는 이뿐이 아니라 수년간 자신의 친·인척 5명을 이 학교 직원으로 앉혔다는 의혹도 함께 받았다.

지난해 7월 이 학교 총학생회 등 6개 단체는 교과부에 J씨와 관련된 채용의혹 진정서를 냈고 같은 해 9월 J씨는 다른 학교로 전보 조치됐다. 또 이 학교 교무과 직원 2명도 경고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경북대 노동조합은 채용된 6명 중 퇴직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친·인척들은 모두 학교 관련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6명을 부적절하게 채용한 데 대해 전보 조치에 그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유명환 전 장관의 경우처럼 책임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기숙사 사무원 특별채용에서도 전임 행정실장의 딸 B씨가 합격해 비슷한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4월 경북대 기숙사는 사무원 특별채용 공고를 내 86명이 지원했다.

당시 서류 및 면접전형에는 기숙사 관장과 지도교수 2명이 참여했다. 시험에서 5명이 뽑혀 면접을 봤고 최종 합격 발표에서 B씨와 차점자의 점수차는 3점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숙사 관장이던 모 교수는 "행정실장의 딸인 것을 알고 있었다. 능력 면에서 제일 나은 B씨를 뽑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측에 따르면 B씨는 계약직으로 산학협력단에서 근무하던 2008년 구성원들로부터 받는 평가 등급이 낮아 재계약에 실패했다는 것. 기숙사 측은 "B씨의 경우 공무원이 아니라 기숙사 자체 예산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직원이고 기능 10급 정도에 해당하는 하위직"이라고 해명했다.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립대의 경우 감사를 통해 채용 비리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는데도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로 이런 사태를 몰고 왔다"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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