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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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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현들에게는 각기 사랑하는 화초가 있었다. 그런데 소위 사군자(四君子)를 물리치고 '꽃 중의 군자'를 연꽃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연꽃을 나만큼 사랑한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평생을 연꽃에 빠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중국 송나라의 염계(濂溪) '주돈이'다.

'진뻘에서 솟아나왔으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겼으면서도 요염되지 않고/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고/ 덩굴 지지도 않고 가지를 치지도 않은 채/ 향기가 멀리 퍼질수록 더욱 청아하다.' 유명한 염계의 '애련설'이다. 그 염계를 그리며 퇴계 이황이 '염계애련'이란 시를 지었다. '모란은 온 세상이 기리고, 국화는 어진 이의 심금을 울려 주지만, 연꽃은 염계 이후 천 년이나 세월이 흘렀건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네.'

매'난'국'죽의 반열에 들지 못해 크게 사랑받지 못했던 연꽃이 이제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 경주시 서면 운대리 부운못. 선덕여왕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다.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부운못에 만개한 연꽃을 감상하러 오는 방문객들이 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못에 연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인데 2000년 준설작업을 한 뒤 2003년에 너덧 그루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2년 만에 전체 못 면적의 절반이 넘는 면적이 연잎으로 덮였다고 한다. '천년 연꽃'이 과장된 표현이 아님을 보여주는 역사적 현장이다.

얼마 전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700여 년 전 연꽃 씨앗이 기적적으로 찬란하게 꽃을 피워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 시대라면 고려시대 후기다. 함안군은 이 연꽃 이름을 '아라 홍련'이라 붙였다. 그곳이 바로 고대 아라가야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연꽃의 생명은 이렇게 끈질기다.

연은 모든 부분을 다 약재로 이용한다. '연꽃'은 주로 차로 즐긴다. 연실(연열매)은 자양 강장, 불면증, 어지럼증에 좋고 정신과 몸을 튼튼하게 한다. 연엽(연의 잎)은 설사와 출혈을 멈추게 하고 해독작용을 한다. 연근(연뿌리)은 비타민C가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천년을 기다려 싹을 틔운 그 씨앗은 우리 민족성과 너무나 닮았다. 올 추석, 물가가 올라 비록 어깨가 무겁지만 고향 못가에 핀 연꽃의 '천년을 기다린 생명력'을 떠올린다면 우리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까.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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