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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근대미술의 향기] 전선택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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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현상에서 발견한 자연의 추상적인 아름다움

'동결'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얼음이 어는 자연 현상을 소재로 그린 것이다. 그러나 꽁꽁 언 얼음판 위의 풍경이 아니라 마치 현미경으로 본 미시적 세계의 확대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림의 주제나 이야기는 사라지고 오직 형태와 색채에 대한 미학적 탐닉이 두드러져 보여 바로 이 지점에서 추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창문에 성에가 필 때나 마당에 살얼음이 끼는 현상에서 과학적 지식으로 생긴 얼음의 결정 모양을 엿보게 된다. 추상은 그런 일상의 경험을 통해 얻은 대상의 인상을 공통적인 요소로 환원하여 요약하거나 변형해 개념화(일반화)시킨 것이다. 대상의 특징을 간략하게 나타냄으로써 주된 표현 외에 세부 묘사가 생략되지만 단순화 속에서 전체적인 특징이 더 명료하게 지적으로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비난받을 수도 있는 형태의 왜곡이 대상의 숨은 진실이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화가에 의해 그려지는 어떤 것도 실은 다 개인의 주관에 의한 왜곡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추상도 다만 화면에 질서나 구조를 표현하려는 예술의지의 한 반영일 뿐이다.

이 작품의 추상적 성격은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식이기보다 새로운 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자연주의적 재현으로는 불가능한 형태나 채색의 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릿발 같은 대상의 겉모습을 옮김에 있어서 정확성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만큼 새로운 표현과 또 다른 구조의 표현이 가능해진다. 대상의 외형을 표현하는데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때 미적 창조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물의 겉모습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의 깊게 살피면 보이는 것, 그 숨은 모습이 드러내는 것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이 본질의 재현일까. 외형의 재현 때와는 달리 정확성을 따지던 인습적 편견은 너그러워지고 주관성이 인정된다. 작가는 외형 묘사에서 자유로우면 자율적인 형태와 구조를 추구하거나 마치 아직 아무도 본적 없는 자연의 신비한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은 매력에 빠져든다.

비록 작가의 주관적인 표현이더라도 얼음이 어는 현상의 재현이라는 데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본질이라는 공통된 관념의 객관성을 긍정하게 만든다. 그런 구조의 표현이 또한 아름다운 조형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채색의 특징에서도 붓질의 태도에서도 자연주의적 대상 묘사에서는 맛볼 수 없는 미적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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