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말의 시대다. 말이 넘쳐나고 풍성해졌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은 갚지 못하지만 시대를 풍요롭게 한다. 지금은 말의 시대다. 유명인들의 말 한마디는 파괴력을 더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던지는 말의 파괴력은 이미 정가나 언론에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명언집이나 명상집 등을 좋아하며 수시로 읽기 때문에 말하는 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배우 황정민은 5년 전 대종상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에서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다"는 창의적인 멘트로 전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최선을 다한 뒤 모든 걸 초탈해버리는 그의 성격을 단 한마디로 보여줬다.
이처럼 말은 실시간으로 감정과 감동을 전달하지만 글에는 한계가 있다. 문자로 전달되는 이미지나 느낌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친밀한 상호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영남웅변스피치학원 김태현 원장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며 "시의적절하게 그 상황을 압축하면서 자신을 살짝 드러내며 함께한 이들을 기쁘게 하는 말을 항상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원장은 또박또박 말하기와 얼굴 표정, 제스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어록닷컴이 유행하는 시대
국내외 유명인사와 스타들의 말이나 유행어를 모아 검색해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한 시대다. 바로 어록닷컴(www.eorok.com). 이 사이트에는 가수 비의 예술고 합격담과 가수 유열의 음악대 진학담, 배우 유오성의 연극영화과 지원담 등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또 김제동, 강호동 등 인기MC뿐 아니라 박지성, 박주영 등 월드컵 축구 스타선수들의 어록들도 잘 정리돼 있다. 현재 등록된 12만여 개의 어록은 매일 갱신되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등의 명대사와 광고카피에 대한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두란미디어 한원호 대표는 "유명인들이 시의적절하게 했던 창의적인 멘트를 보는 것은 자신 역시 영광 또는 실패의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살아가는 데도 큰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간직할 멋진 명언을 몇 가지 외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직장인 이원상(39) 씨는 항상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승리하는 것은 언제나 1등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승리하는 것이란 당신이 전보다 잘했다는 뜻이다'는 보니 블레어(Bonnie Blair)의 어록을 인용한다.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아무리 멋진 말이라도 그것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효과가 없다. 그리고 인용문은 대중적이어야 한다"며 "인용을 하려면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가장 진솔하게 전달할 단어와 표현을 찾아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한마디할 기회는 언제든 온다'
말이 너무 앞서는 것은 분명 좋지 않다. 하지만 너무 못하는 것은 더 문제다. 분위기에 맞게 재치있게 말하는 법은 요즘 조직문화에서는 필수. 특히 술자리에 재미를 더하고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건배사도 잘해야 한다. 건배사를 하는 사람이 의미를 담아 '위하여'를 한 번 잘 외치면 유쾌한 웃음을 준다.
한 회사의 단합대회에서 한 임원이 이렇게 외친 일도 있다. '성행위를 위하여'. 이 말이 흘러나오자 좌중은 갑자기 얼어붙었고 다들 술렁였다. 하지만 이 임원은 이내 분위기를 추스르며 "성공과 행복과 위기극복을 위하여"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현재의 어려운 경기와도 연결돼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원더걸스' 등도 톡톡 튀는 건배사로 알려져 있다. 그 뜻은 '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는 뜻. 또 다른 건배사 '초가집'도 있다.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의 줄임말이다. '당신멋져'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는 말로 다소 여유를 주는 건배사다.
특임장관까지 역임한 지역의 주호영 의원은 "폭탄사는 순발력이 중요하다"며 "동문들이 모일 때는 '앞에서' 하면 '끌어주고'를 외치고, '뒤에서'를 선창하면 모두가 '밀어주자'를 따라하게 하면 화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디지털
디지털이 말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인쇄매체나 글이 위축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본격적인 구두영상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터넷 통신문화는 무엇이든 저장하고 송신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읽은 것과 느낀 것, 경험한 것을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으로 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사실 이제껏 교실과 가정에서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우리의 속담에 따르면 말 많은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바야흐로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소통 자체가 더 중요한 화두다. 경찰대학 박석 홍보실장은 "조직 내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업무만족도와 일의 효율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며 "특히 군이나 경찰 같은 위계서열이 분명한 조직에서는 상하 소통은 혈액순환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와이대 데이토 교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자(letter)의 시대가 사라지고 말(oral)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다시 말해서 잡지나 신문 등의 매체가 사라지고, 복잡한 문서도 필요 없게 된다. 즉, 말로써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온다는 것.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도 미래학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6천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문자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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