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주영의 스타 앤 스타] 사랑스런 구미호 신민아

많은 경험하며 부족한 부분 채워 갈래요

겉모습만 놓고 봤을 때, 이 사람은 실제 '구미호'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옛말에 구미호의 미모는 절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만 사람의 간을 탐한다는 것과 꼬리가 9개나 달렸다는 것 등이 무서울 뿐 미모 하나는 최고인 존재가 구미호인 것이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진 구미호는 모두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극을 만들어 가기 위해 여러 곡절 어린 사연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구미호의 실체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였던 것.

하지만 이 사람이 연기한 구미호는 무엇인가 달랐다. 분명 외모는 구미호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데, 하는 행동에서 백치미가 줄줄 흐르는 모습이 시쳇말로 2% 부족한 모습이었다. 우리의 예상을 180도 뒤집은 이 사람의 구미호는 결국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다. 바로 그 주인공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의 히로인 신민아였다.

"구미호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극중 미호는 그냥 바보 같기도 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홍자매 작가의 의도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신민아는 자신을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겸손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큰 눈이 조금 더 커졌다. 마치 진심이라는 의지를 더 내보이려는 듯 말이다.

#2% 부족한 구미호 연기에 대중들 열광

-이번 작품을 통해 '신민아의 재발견'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워낙 저에 대해 기대치가 없다 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웃음) 한 번 보세요. 이승기 씨는 워낙 전부터 대단했고, 또 이번 작품도 일찌감치 준비했고요. 홍자매 작가님도 '미남이시네요' 이후로 내놓은 야심작인 만큼 기대치가 높았잖아요. 그러다 제가 등장하니 반응이 더 크게 느껴진 듯해요. 그런 점에서 캐릭터 잘 살려 준 작가님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대중적 인지도 높아지게 도와준 이승기 씨를 비롯한 다른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사실 이번 작품은 너무 큰 상대를 만났었죠. 시청률 50%를 바라본 '제빵왕 김탁구'(이하 김탁구) 때문에 힘들었겠어요.

"정말 '김탁구'의 벽은 너무나 높았어요.(웃음) 현장에서도 다들 '김탁구'는 앞으로 떨어지지 않을테니 10%대 후반만 나와도 잘 나오는 거다란 분위기였어요. 저도 아침마다 시청률 기다리는 입장이 제일 힘들었고요. 넘지 못할 상대를 감안하며 마음을 졸이는 것이지만 떨어지면 안 된다란 부담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의외로 본방송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고, 재방송 시청률도 높고 해서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지금 입장에서는 굉장히 선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많은 사랑 속에서 촬영했구나란 생각이 들어 뿌듯하고요."

#새드엔딩 바랐지만 해피엔딩도 좋아

실제로 '여친구'는 '김탁구'가 종영하자마자 순풍에 돛 단 듯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다. 결국 마지막 방송에서는 21.3%(TNms)를 기록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20% 돌파였기에 '여친구' 관계자들에게는 뜻깊은 수치였다. 이런 뜨거운 관심을 이끄는 데는 결말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한몫했다. 극중 이승기와 신민아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새드엔딩으로 끝날 것인가가 화두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행복하게 되길 바랐고, 심지어 탄원에 가까운 요청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어땠을까.

"아니오. 저는 새드엔딩이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가 연기한 미호를 보면 대웅(이승기 분)에게 많은 희생을 하잖아요. 전 여러모로 불쌍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슬픔의 정점에서 극이 마쳤으면 했죠. 그런데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결말이 정해진 것 같아요. 저 또한 막상 그 결말을 보고 나니 좋아지던데요."(웃음)

-'여친구'는 지금까지 신민아 씨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독특한 모습이었어요. 배우 신민아에게 '여친구'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여친구'는 저를 대중에게 많이 알린 작품이에요. 그동안 20대의 여성 팬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10대 팬이 많아졌어요. 그분들에게는 제가 신인 배우의 느낌일 거예요.(웃음) 하지만 제 연기력이 바뀐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는 '여친구'가 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아니냐 하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분명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기운과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쉬운 부분 또한 많았기 때문에 너무 욕심 안 내고 조금씩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려고요."

#연기 경력 10년 넘은 베테랑 배우

-여배우라면 민감할 수 있는데, 혹시 노출 연기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 있어요?

"섹시한 팜므파탈 연기는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노출에 대한 부분은 고민이에요. 저를 완벽한 몸매라고 기대를 많이 하셔서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이 들더라고요. 또 노출이 있는 시나리오를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직은 생소해요. 한 번이라도 제의를 받았다면 고민해봤을 것 같은데 기회조차 없어서 '난 아직이구나' 하기도 해요."(웃음)

부담스러울 법한 질문에 웃음으로 답하는 그녀 덕에 대화 분위기가 푸근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인 허브티로, 기자는 아이스티로 잠시 목을 축이며 시간을 즐겼다. 마치 오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신민아는 어느덧 연기 경력이 10년이 넘은 베테랑 배우다. 1998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후 영화 '화산고' '달콤한 인생',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 '마왕' 등을 통해 거의 매해 한 작품 이상씩 쉴 새 없이 달려온 그녀다. 특히 2008년부터는 아우토반급이다. 3년 동안 무려 7편이나 그녀의 이름을 엔딩크레딧에 올렸다. 화수분 같은 그녀의 작품 욕구는 실로 놀라웠다.

#새 작품 바로 들어가도 될 정도로 활력 넘쳐

"배우로서는 다 해보고 싶어요. 잘할 수 있는 선에서 경험을 많이 하고 싶은 것이 꿈이거든요. 다양한 연기하면서 좋은 감독과 스태프들 또 연기자들과 많은 것을 나누고 배우고 공유하고 싶어요. 인간 신민아로, 또 여자 신민아로서의 꿈도 비슷해요. 너무 나쁘지 않은 선까지 많이 놀고 싶거든요.(웃음) 그 근본은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는 것인데요. 영화나 여행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외국 친구들도 사귀고 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열정이란 단어가 딱 맞겠다 싶었다. 그녀의 모습은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마친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도 "지금 새 작품 바로 들어가도 문제없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잠을 자거나, 대본을 숙지할 시간도 없이 촬영을 이어온 탓에 신민아는 잠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남들이 하는 사소한 일들이 제일 하고 싶더라고요. 카페에서 차 마시고, 영화나 여행 다니는 것들이요. 그제('여친구' 종영 다음 날) 언니랑 집에서 소파에 누워 TV 보며 하루 종일 놀았는데, 참 좋더라고요. 이게 행복이구나 싶던데요?(웃음) 이런 시간이 얼마 가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 만끽하려고요."

#대중 마음 여는 건강한 캐릭터 기대하세요

그녀 말대로 '여친구'의 성공은 그녀를 가만히 놔둘 것 같지 않다. 그녀의 소속사 관계자도 현재 여러 편 작품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을 정도. 아마도 곧 새로운 작품에서 만나게 될 듯한데, 그녀는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될까.

"'여친구'가 대중에게 제 인지도의 폭을 넓힌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차기작 선정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상관 없이 대중들의 마음을 여는 건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너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려고요. 이번 작품 통해 대중들의 사랑이 없다면 힘들어 쓰러졌을 것이라고 느꼈어요. 앞으로도 엄마의 마음으로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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