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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滅하는 것에는 어디나 중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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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열展…11월 13일까지 AA갤러리

자신의 작업세계를 설명하는 노병열 씨.
자신의 작업세계를 설명하는 노병열 씨.
노병열 작
노병열 작

나무 널빤지 위에 페인트를 칠한다. 그것을 뒤집어 기울기를 둔다. 페인트는 제 길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열 번, 100번…. 페인트는 미묘한 형태로 흐름을 형성하고 그것은 차츰 굳어 작품이 된다. 그린 것이 아니기에 회화라 할 수도 없고 돌출되어 있지만 조각이라 할 수도 없다.

노병열(44)은 작품을 통해 철학을 한다. 아니, 사색하고 느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품 활동을 한다.

그는 페인트가 멋대로 흐르는 대로 기다린다.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저 재료들이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작가의 할 일이다.

"바다는 잔잔해 보이지만 그 속은 생로병사는 물론이고 온갖 사건, 사고가 소용돌이 치는 곳이죠. 제 작품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잔잔해 보이는 표면 속에 온갖 세상의 흐름들이 담겨 있어요."

중력을 이용한 그의 작업은 11년째다. 기다림의 연속인 작업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에 대해 성찰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걸 교감하기 위해 전시를 한다.

전업 작가인 그는 작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야 하지만 이 낯선 작품들을 사 줄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그가 공식적으로 팔아본 작품 수는 고작 2, 3점. 필요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시간 대부분은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할애된다. 그의 작품에 필요한 재료인 나무, 페인트도 후배들이 지원해준 것들이다. 삶에 충실하니 뒤따라오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는 돈이 아니라 다만 세상을 알게 된 결과물, 철학을 보여주기 위해 작업을 한다.

"그리는 이상 중요한 것은 삶을 잘 사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는 마음 공부가 필요하죠. 수행하듯 그림을 그리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몇 년 전부터 하루 두 시간씩 걷기를 시작했어요. 덕분에 삶과 작품이 정리되더라고요."

그는 11월 13일까지 AA갤러리에서 전시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음과 양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작품 중간에 둥근 원을 냈다. 현재와 과거를 드나들며 미래를 생각하고자 하는 통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의 사주에는 불 화(火)가 세 개란다. 그래서인지 그의 속엔 하고 싶은 열정이 많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작품에 전부를 걸었다. '예술은 짧고 인생은 질기고 길다'. 그의 작업실에 쓰어진 글귀처럼, 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 053)768-4799.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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