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겠지만요, 저희들이 오카리나를 불어드릴 때 아파서 누워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구미시 도량1동 지역아동센터인 '새로배움터'(시설장 유용숙 프란시스 수녀)에 모여 공부한 다음 수요일마다 오카리나를 배우는 남녀 초· 중학생 스물아홉명은 '자원봉사 꿈나무들'이다.
학교수업 뒤, 이 배움터에서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대는 이들은 초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뒤섞여 있다. 한꺼번에 모여 오카리나를 배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서투르게 배운 오카리나로 자원봉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자원봉사의 매력을 가르치고 있는 새로배움터는 지난 2004년 도량1동에서 무료 공부방으로 시작했다. 2006년 허가를 받고 2007년 1월부터 지역아동센터로 출발했다. 매주 4~5명의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모두 스물아홉명의 초· 중학생들에게 매일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방과후 수업 및 다양한 체험학습을 가르친다.
새로배움터에서는 무억보다 먼저 학생들이 밪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한다. 어릴때부터 거저 받으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질 뿐 아니라 자칫 그냥 받는 것에만 글들여질 경우, 자기 것을 남에게 줄 줄을 모르는 이기적인 마음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받으면 반드시 무엇이라도 돌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듣는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한다.
그 결과 시작된 봉사가 홀몸 어르신들에 대한 '반찬나눔' 자원봉사와 병으로 집에서 지내야 하는 환자나 가족들을 위한 '재가(在家) 환우(患友) 방문 연주회' 봉사활동. 또 1년 동안 자신들의 방과후 수업 등을 지도하고 가르침을 전해준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매년 12월 갖는 전시회와 같은 '감사축제'등이다.
2007년부터 시작한 '반찬나눔' 봉사활동은 해마다 여름방학 기간에 주로 성인 봉사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단다. 2008년 겨울방학 때부터는 그동안 배운 오카리나와 핸드벨 연주 또는 노래를 곁들이기도 하는 공연봉사를 했는데 이들의 연주 '명성'(?)이 알려지면서 구미의 한 대기업 정기합창연주회에 초청받아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고 이곳 남명실 사회복지사는 귀띔한다.
학생들은 또한 유 시설장과 남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1년동안 새로배움터에서 일어난 일과 자신들의 활동, 이야기 등을 담은 소식지를 2008년 12월부터 발간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은 매년 새로배움터에서 열리는 바자회나 '북한 어린이 돕기 시장놀이' 등에서 100원, 200원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용돈을 아껴 물건을 구입한다. 그러면서 남도 돕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의 경제활동'을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몇 만원의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유 시설장은 기특해 했다.
'자원봉사 꿈나무들'의 다양한 활동 뒤에는 물론 어른 자원봉사자들의 말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유 시설장은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난 5년 동안 매주 한차례씩 오카리나 연주를 지도하고 있는 피아노 학원장인 정정화씨와 2007년부터 한자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춘열씨와 이경남씨도 빠뜨릴 수 없는 고마운 자원봉사자들이다.
2007년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초교5년 장지수 양은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라며 제법 의젓하게 말했고, 1~3년의 봉사참여 경험을 했다는 초교 4년 남예나· 김류랑· 배하경 양은 "우리 이야기가 신문에 나오나요"라며 궁금한 듯 물으며 깔깔 웃는다.
이제 막 자원봉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 스물아홉명의 초· 중학생들이 펼쳐나갈 미래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앞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시끄럽고 들쭉날쭉한 오카리나 연습 모습은 오히려 거대한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장면 같았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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