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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책값 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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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신간은 2만 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무슨 유행인지 대부분 표지가 현란하다. 책에 욕심이 많은 사람은 표지 비용도 줄이고, 인쇄 용지도 좀 싼 국민 보급용 책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서점에는 온통 최고급 양장본들이다. 영문판 원서가 워낙 비싸 복사본으로 공부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든다.

그런데 상품의 가격은 대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데 책값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출판 전문 월간지 '출판저널'이 최근 상반기에 들어온 홍보용 신간 1천162권의 가격을 조사해 본 결과 1만 2천원이 12%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또 시장에서 1만 2천원이 대세다 보니 출판사들도 여기에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케팅 전략에 제품 가격을 조금이라도 싸게 보이는 방법으로 '끝수 가격'이 있다. 5천 원짜리를 4천900원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은 마치 4천 원대 물건인 것처럼 착각, 싸다고 여기고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값은 전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책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 문화의 DNA 때문인가.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는 있지만 싼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무조건 싸게 내놓을 수는 없다"는 한 출판 담당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책값만큼 싼 것이 없다. 어디서 그 돈으로 그만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겠는가. 얼마 전 취업 포털 커리어가 남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책값과 술값을 조사한 결과가 재미있다. 응답자들의 한 달 평균 독서 비용은 2만 5천원인 데 비해 술값으로는 7.3배에 달하는 18만 2천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2만 5천원이면 평균 2권 남짓 금액이라 책을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두 번 구입하는 셈이다. 그런데 술집은 8, 9회 들른 셈이 된다.

술은 먹는 그날 하루가 즐겁지만, 책을 사면 한 달이 즐겁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의 술값은 인간관계 유지에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고 했다. 모름지기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허접'한 책값 타령보다는 내가 서점에 자주 들르지 못함을 탓해야 한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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