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가미카제 만든 오니시 중장

1944년 오늘 오전 8시. 미군 함대가 정박해 있는 필리핀 레이테만(灣) 상공에 일본군 전투기 5대가 나타났다. 통상적인 공습인줄 알았던 미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각각 250㎏의 폭탄을 적재한 일본기는 그대로 미군 함정으로 돌진, 자폭한 것이다. 가미카제(神風) 특공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를 만든 자가 오니시 다키지로( 大西 瀧治郞, 1891~1945) 중장이다. 효고현 출신으로 해군병학교를 졸업한 후 주로 해군 항공장교로 경력을 쌓았다. 태평양전쟁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던 1944년 제1항공함대 사령관이 되어 필리핀으로 부임한 뒤 가미카제 공격을 입안했다. 노도처럼 밀려오는 미군을 막아보려는 광기 어린 발악이었다. 이 후 패망 때까지 총 290여 회 출격해 2천500여 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성공률은 고작 6%. 전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일본군의 인명(人命) 경시 전통의 하이라이트였던 셈이다. 필리핀이 미군에 함락된 뒤 군령부 차장으로 승진한 그는 끝까지 항복을 반대하다 패전 다음날인 8월 16일 가미카제 전사자들에게 사죄하는 유서를 남기고 할복 자살했다. 저승에서 만난 젊은 영혼들은 과연 그의 사죄를 받아들였을까.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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