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가히 노닐듯 가을산 속 평지길…콧노래가 저절로

칠곡 가산산성 트레킹 코스

가산산성 동문. 진남문~동문으로 이어지는 가산산성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가산산성 동문. 진남문~동문으로 이어지는 가산산성 트레킹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가을은 유혹의 계절이다. 보는 이의 가슴마저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 보는 이의 가슴마저 시리게 만드는 낙엽이 사람들을 가을 속으로 불러 들인다. 가을의 숨결 속으로 들어가 가을의 깊은 맛을 느끼려면 트레킹이 제격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삼아 걷다 보면 세상의 시름은 이내 잊혀진다. 가을 트레킹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대구 근교에도 가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트레킹 코스가 있다. 길이 좋아 트레킹 코스로 이름난 경북 칠곡의 가산산성으로 길을 잡았다.

대구에서 가산산성으로 가는 길부터 가을이 발목을 잡았다. 파군재삼거리~송림사 방향~기성삼거리로 이어지는 팔공산 순환도로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지만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선명한 색감에 자꾸 시선이 가고 발길이 멈춰서는 바람에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기성삼거리를 지나 한티재 방향으로 길을 재촉하니 '해원정사'라는 큰 푯말 옆에 가산산성을 알리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표지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지난해 새로 조성한 널찍한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 서면 '영남제일관'이라는 현판이 붙은 진남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산산성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이다. 가산산성 트레킹은 진남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3.3km 코스가 가장 인기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마치 평지를 걷듯 편하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남문에 들어서면 수줍은 듯 숨어 있는 작은 오솔길이 왜소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잘 정비된 산책길에서 맛볼 수 없는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오솔길을 50m 쯤 오르면 해원정사에 닿는다. 해원정사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트레킹 코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바람에 일렁이는 대숲을 끼고 빨간 벽돌길을 조금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또는 오른쪽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동문으로 오를 수 있다. 치키봉 2.3km라는 표지가 붙은 오른쪽 길은 임도다. 왼쪽 길보다 경사는 더 완만하지만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어 트레킹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포장이 안 된 왼쪽 길을 택했다.

왼쪽 길은 동문으로 이어지는 가산산성 트레킹 코스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이다. 그렇다고 급경사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사가 급할 뿐이다. 녹음이 잔뜩 우거진 직진 코스는 참 고즈넉하다. 발자국 소리와 새소리, 산들산들 부는 바람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가을이 깊어져 만산홍엽(滿山紅葉'단풍이 들어 온 산의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이 되면 덩달아 붉게 물들 길을 따라 500여m 오르면 말 그대로 평길이 나타난다. 동문까지 갈지자(之) 모양으로 길이 나 있어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산산성 트레킹 도중 유난히 어르신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이유다. 길이 좋다 보니 어린 아이와 함께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코 끝을 자극하는 상큼한 숲 내음과 뚝뚝 떨어지는 꿀밤 소리, 분주히 겨울 나기 준비를 하는 다람쥐를 벗삼아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느새 동문이 나타난다. 주변에 벤치가 있어 준비해 간 점심을 먹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3.3km 가산산성 트레킹 코스는 부담이 없다.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어 걷다 지치면 가을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쉬어가면 된다. 급할 것 하나 없는 아주 멋진 트레킹 코스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등산까지 즐겨볼까=동문에서 조금만 욕심을 내면 가산봉(902m)에 오를 수 있다. 동문에서 가산봉까지는 1km 남짓. 경사는 다소 급해지지만 산행하는 묘미는 느낄 수 있다.

가산산성에는 등산객을 위한 등산코스가 5개 설치돼 있다. 제1코스는 진남문~동문~중문~가산바위(5.3km'2시간), 제2코스는 학명리(두무실)~계정사~가산바위(3.1km'1시간30분), 제 3코스는 금화계곡~광산~가산바위(7.6km'4시간), 제4코스는 응추리~동문~가산바위(2.6km'1시간30분), 제 5코스는 한티휴게소~동문~가산바위(6.4km'3시간30분)로 이어진다.

가산산성 주차장 입구에는 요기를 할 만한 곳이 없다. 하지만 기성삼거리~한티재로 오르는 길에 식당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입맛대로 메뉴를 골라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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