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나의 오배자나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영건 지음/생각과 느낌 펴냄

▨나의 오배자나무/전영건 지음/생각과 느낌 펴냄

산에 오르다 비탈에 선 오배자나무/ 잎새에 시선 머물다.// 손바닥만한 잎사귀를 여러 개로 잘라/ 집에 짓고 봉해버린 벌레집들이/ 울퉁불퉁 너덜너덜하다.//…철공소 드릴링 머신의 톱니에 씹힌 살갗을 기운 자리가/너덜너덜했던 그날 저녁 손가락 끝에서/ 경광등처럼 간극으로 내 몸의 우주, 신경을/ 끝없이 점멸하던 통증.//…. (시 '나의 오배자나무' 중에서)

산길을 오르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은 오배자나무의 벌레 먹은 잎이다. 그 구멍 사이로 순간 드릴링 머신의 톱니에 씹힌 자신의 손이 오버랩된다. 뼈저린 아픔과 고통의 지난날들이 그 손에 아로새겨져 있다. 가을 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것도 그에 상응하는 고통과 상처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인 전영건은 오배자나무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상처, 치유를 드러내고 있다.

'나의 오배자나무'에는 총 5부로 나눠진 65편의 시가 들어있다. 특유의 정서적 울림과 반향으로 우리가 땅 밟고 산다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는 목마름이 있었다고 말한다. 여러 해 동안 서재에 갇혀 시에 대한 고픔에 시달렸다. 늦은 나이로 야간부 고교에 입학했지만 시에 대한 절절한 사랑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나의 오배자나무'를 시작으로 푸른 봉분 같은 열망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선거 선언을 촉구하며, 6·3 지방선거에서의 부정선거 참사와 관련하여 이재명 대통령과 선관위 책...
대구경북 경제는 장기 침체 속에 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45조4천억...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가변축을 장착한 대형 화물차와 특수차의 안전 점검을 연 1회 실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표하며, 이는 지난해 경부고속도...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