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남권 신공항은 지방공항 아니라, 한국 제2관문이다"

수도권 '신공항 반대' 왜 잘못됐나<상>

대구시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류재상) 소속 대구시청 공무원 및 가족 540여 명이 30일 밀양에 있는 재약산에서 동남권 신국제공항의 밀양 유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를 마친 일행은 사자평 등반을 하면서
대구시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류재상) 소속 대구시청 공무원 및 가족 540여 명이 30일 밀양에 있는 재약산에서 동남권 신국제공항의 밀양 유치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를 마친 일행은 사자평 등반을 하면서 '영남권 신국제공항은 밀양으로'라고 표기한 리본을 곳곳에 부착하며 신공항 유치 홍보활동을 했다. 대구시 제공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수도권 중심주의자들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서울 언론이 동남권 신국제공항 무용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반대하는 일부 서울 언론과 수도권 중심주의자들은 동남권 신국제공항에 대해 '또 하나의 지방공항을 만들자는 것'으로 오도하며 신국제공항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은 동남권 신국제공항에 대한 '이해부족'이자 동남권 및 남부권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항공전문가들과 남부권 주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신국제공항은 지방공항 아닌 제2관문공항

수도권 일각에서는 기존 지방공항의 적자를 들어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반대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동남권 신국제공항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천공항 개설준비단장을 지낸 김효준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고문은 "신공항은 기존 지방공항과 같은 또 하나의 공항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걸맞게 남부권에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제2관문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OECD 국가 가운데 관문공항이 한 곳뿐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문공항은 정치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며 군(軍)이 상비군과 예비군 시스템으로 운영되듯 관문공항도 제2공항이 설치돼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 항공전문가들도 평소에는 인천공항의 대체·보완공항으로, 또 인천공항의 기능 마비시 육로로 여객, 승무원, 화물 이동 가능한 제2관문공항으로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효준 고문은 "인천공항은 우리나라 전체 여객 수요의 80%, 화물은 무려 96%를 독점하고 있다"며 "만일 인천공항이 천재지변 등으로 마비되는 상황이 되면 국내에서 인적·물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지역은 남쪽으로만 한정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천공항의 비상시 국가대체공항으로, 초대형기의 기상대체공항으로, 제2의 중추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 지방공항 어떻게 만들었나?

14개 기존 지방공항은 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서울 언론과 수도권 일각에서는 1천100억원을 들여 지어놓고 개항조차 못한 울진공항이 있는데도 동남권에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적자공항인 양양·청주·울진·무안공항은 모두 정치적인 목적으로 건설돼 애초부터 적자공항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02년 3천500억원을 들여 개항한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활주로는 여객기가 이착륙한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국제공항이지만 경비행기 몇 대만 무료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공항의 명맥을 유지해 왔던 김해 노선마저 폐지돼 정기노선 없는 공항으로 전락했다.

양양공항은 항공수요와 관계없이 수도권 사람들이 동해안과 설악산에 빨리 가기 위해 1980년대부터 추진됐지만 아무런 반대가 없었다. 이후 대관령터널이 뚫리면서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 30분만에 도달할 수 있게 돼 굳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어 공항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이다.

청주공항은 대전권역에 행정도시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근에 제대로 된 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5공 초기에 군공항이 있던 것을 청주로 옮기고 만든 것이지만 행정기관 이전이 쉽지 않자 사실상 '원인무효'된 공항이다. 울진공항은 1990년대 후반 야당 일색이던 대구경북권에 여당 실력자의 출마를 위해 만든 곳으로 대표적인 '정치공항'이고, 무안공항은 김대중 대통령시절 '서해안 시대의 전초기지'로 대중국 교류창구로 만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윤대식 영남대 교수는 "무안공항이 언제가는 필요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근에 광주공항이 있는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또 항공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해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신공항은 적자공항 구조개편 호기

수도권에서, 또 서울 언론들은 "영남권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기존 영남권 5개 공항(김해, 대구, 포항, 울산, 사천)은 모두 문을 닫아야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공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주장은 지방공항이 적자인 상태에서 항공수요와 접근성,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2관문공항으로서의 동남권 신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동남권 신공항이 지방공항의 개별 수요를 흡수하고, 인천공항의 전환수요까지 흡수하면 항공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

정부는 지방공항의 적자에 대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동남권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지방공항의 통·폐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일대 김재석 교수는 "국내선은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지선이면 충분하기때문에 동남권에 신국제공항이 생기면 대구, 김해공항 등지의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 기능도 모두 통·폐합 해야 한다"며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적 고민을 해결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수·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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