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국사를 부탁해

최근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 화제 속에 종영했다.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순위를 보면 '허준' '태조 왕건' '대장금' 등 사극(史劇)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객관적이라 믿는 역사와 극적인 설정을 위한 픽션 사이의 충돌이 이어져왔다.

드라마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역사 속 인물로는 '바람의 화원'에서 여자로 묘사된 혜원(蕙園) 신윤복을 들 수 있다. '남자'로 당연히 인식되는 혜원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명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이유와 화풍(畵風) 또한 여성스럽고 섬세하다는 점에서 신윤복이 남장 여자였을 것이라는 작가적 추리가 보태진 결과다.

또한 '허준'의 경우 허준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유의태는 사실 허준보다 뒤늦게 활동한 인물이었다. '허준'의 모태가 되기도 한 '소설 동의보감'이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 허준 이후 명의였던 유의태를 스승으로 설정했기 때문. 허준의 실제 스승은 양예수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여인천하'에는 윤원형이 문정왕후의 오빠로 그려졌지만 조선왕조실록 등에 따르면 남동생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드라마를 감상한 일반인들은 물론 학생들 사이에 사실 관계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는 점이다.

요즘 초'중'고교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가 떨어지는 것 같다. 1980년대까지의 시기에 비해 민주화와 민주주의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역사적 상황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역사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 7월 2014년 입시부터 국사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한 서울대를 제외하고 대학입시 필수과목에서 누락되어 학생들은 국'영'수 외 힘들다고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부담을 느껴 배우려 하지 않는다. 실제 2010학년도 대학 수능시험의 경우 국사 시험을 선택한 비율이 10.9%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결과를 반영한다.

국가에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과 인식을 게을리했다는 것은 아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 제고와 역사의식의 고취를 위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일반인, 학생은 물론 해외 동포들에게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 결과 외무'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와 국비 유학생 선발, 공기업과 일부 기업의 입사 및 승진 시험에까지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험이 한국사 교육의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학교 정규교육과정을 통하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한다.

작년 경상북도가 전문기관에 의뢰,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독도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명 중 1명이 '독도를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일부 불성실한 응답자를 감안한다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충격적 결과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침탈로부터 우리 역사를 지켜야 할 주역들이 중국의 동북공정이 무엇인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왜 잘못인지를 모른다면 큰 문제다. 사실 그것보다도 우리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누구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태도가 정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올해는 광복 65년을 맞이한 해다. 우리 민족은 일제에 의한 망국기에도 우리말과 우리 역사를 사수하고 결국 그 저력으로 끝내 독립하였다.

국어와 국사는 국민교육의 기초다. 국어는 변함없이 필수인데 국사는 선택이라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가 우리 역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일어나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성장하고 역사적인 G20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지금, 한국 역사가 우리를 뒷받침해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E. H. 카아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설파한 바 있다. 반복되는 외침과 위기를 극복해 온 우리가 '과거와의 대화'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TV 사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나채재(FT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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