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름다운 삶] 초우량 젖소목장 꿈꾸는 30대 목장주 최광현 씨

팔공산 자락의 칠곡군 동명면 기성2리 대흥목장. 젖소를 키우는 이곳 주인은 30대 초반의 최광현(33) 씨다. 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접 젖을 짠다. 200여 마리의 젖을 짜다 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몽실몽실 맺히지만 마음은 늘 즐겁고 손놀림도 가볍다.

최 씨의 농장에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최고급(액설런트급) 젖소'가 있다. 최근 종축개량협회가 전국 젖소를 대상으로 선형심사를 통해 선정한 액설런트급 젖소 5마리 중 무려 3마리가 대흥목장에서 탄생했다.

젖소의 선형심사는 전국 목장에서 심사를 신청한 젖소를 대상으로 번식능력(엉덩이), 우유생산(유방), 신체유지(다리) 등 각 부분을 1년간 평가해 최고의 생산성(90점 이상)을 지닌 젖소를 선발하는 사업이다.

1983년 문을 연 대흥목장은 젖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젖소능력개량사업과 유우군검정사업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목장 운영 27년 만에 전국 최고의 목장으로 우뚝 섰다.

"사실 9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버지가 우량 젖소를 길러내기 위해 우량 유전자원에 대한 투자를 엄청나게 했습니다."

최 씨의 아버지는 인공수정을 할 때마다 일반 정액보다 무려 10배나 비싼 최상급 우량정액을 사용해 젖소를 길러왔다. 액설런트급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하루 75㎏으로 일반 젖소(30㎏)보다 2배 이상 우유를 짜낼 수 있다. 착유 가능한 소 한 마리 가격도 일반소가 250만원 선이지만 액설런트급 젖소는 45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대흥목장은 현재 젖소 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중 선형심사에서 액설런트급에 1점 모자란 89점짜리 소도 8마리가 있어 액설런트급 젖소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곳 목장은 임야이던 곳을 1975년 최 씨의 아버지이 삽과 괭이질을 해가며 피땀으로 일군 곳이다. 처음에는 뽕나무를 심어 양잠을 하다가 1983년 이전까지 파, 시금치, 배추 등 채소를 재배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는 비포장 도로인 칠성시장까지 경운기를 몰고 가 채소를 팔았다.

"아버지가 채소를 팔아 번 돈으로 송아지 5마리를 구입해 사육한 게 대흥목장의 시작입니다." 최 씨는 아버지가 목장 경비를 줄이려 사료 대신 손수 풀을 베어 먹이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18년 만에 젖소가 140마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2년 최 씨의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24세의 나이로 아무런 준비 없이 목장을 맡게 된 최 씨는 초창기에 너무 힘들었다.

"소 건강관리를 잘못해 병든 소들이 줄줄이 실려나갔어요. 한 달에 많을 땐 7, 8마리가 실려나갈 때도 있었어요. 소가 죽으면 목장이 거의 지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 유명 목장을 발품 팔아 찾아다니며 목장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최 씨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젖소를 200마리까지 불리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해는 지금껏 가장 많은 매출인 9억원 정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최 씨는 기대하고 있다.

대흥목장은 2007년 경북홀스타인 품평회에서 그랜드챔피언, 그해 한국홀스타인 품평회에서 준그랜드챔피언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버지 영향을 받아 낙농의 꿈을 키운 최 씨는 대학도 축산과에 진학했다.

"우리나라도 젖소 유전자 시장을 키워야 우량젖소를 널리 보급할 수 있어요. 세계 최고소는 무려 10억원을 호가하는 젖소도 있죠. 한국도 우량소 한 마리 가격이 현재는 500만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1천만원은 넘어야 유전자 시장이 활성화돼요."

그는 앞으로 유전자원이 뛰어난 소 생산은 물론 우량젖소 분양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피땀이 서린 이 목장에 또 다른 계획을 하나 갖고 있다. 시민들이 목장에 놀러와서 우유로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장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6만6천㎡(2만 평) 규모의 목장에서 최우량 젖소를 키우겠다는 최 씨의 희망이 순탄하게 영글어 가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사진 칠곡 동명면 팔공산 자락에 있는 대흥목장 주인 최광현(33) 씨는 우리나라 최대 우량 젖소목장을 갖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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